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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의 위법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이하 FIU)과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과 기업은행ㆍ신한은행ㆍ국민은행ㆍ우리은행ㆍ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 고객의 자금을 거래소 대표자나 임원 명의의 계좌로 이체한 사례가 드러났다.
A거래소는 5개 은행 계좌로 이용자의 자금을 모아 A사 명의의 다른 계좌로 109억원을 보내고 이 중 42억원을 대표자 명의 계좌로, 33억원을 사내이사 명의의 다른 은행 계좌로 보낸 사실이 적발됐다.
여러 은행의 계좌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임원 명의의 계좌로 입금된 후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의 여러 계좌로 이체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거래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나 법인과 거래소의 자금이 뒤섞일 수 있고 자금세탁 관리도 어렵다.
은행도 가상계좌 관리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와 가상화폐 담당 부서 간에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했고 가상화폐 거래소나 가상화폐 거래가 빈번한 고객을 ‘고위험’ 고객으로 분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법인 고객에게 가상계좌를 발급해야 할 때 지켜야 할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가상화폐 거래소끼리 가상계좌를 사고판 경우도 있었다.
은행들이 가상계좌 제공을 꺼리자 기존에 가상계좌를 갖고 있던 거래소가 후발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판매한 사례 2건도 적발됐다.
일부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임을 밝혔음에도 강화된 고객확인(EDD) 절차를 수행하지 않았고, 가상화폐 거래와 무관한 업종의 법인이 가상화폐 관련 금융거래를 위해 계좌를 개설했음에도 이를 식별하지 못했다.
일반계좌를 가상화폐 관련 금융거래의 집금계좌로 이용하고 있는데도 은행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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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세탁 의심거래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고 가상화폐 구입(재정거래) 목적의 외환송금 거래에 대한 의심거래도 적절히 수행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신한은행과 농협은행ㆍ기업은행ㆍ국민은행ㆍ하나은행ㆍ광주은행 등 6개 은행은 실명확인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 은행과 동일한 은행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는 해당 계좌를 통해 입출금을 하게 된다.
다만 은행마다 거래 실명제 도입에 대한 일정은 조그씩 차이가 있을 예정이다.
농협과 신한ㆍ기업은행 관계자는 “당국 방침에 맞춰 30일부터 거래 실명제를 시행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다만 국민ㆍ하나은행 측은 “이번 당국 규제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추이를 살펴볼 것”이라며 확정적인 입장을 피했다.
기존에 거래에 활용되던 가상계좌 서비스는 더 이상 가상화폐 거래에 활용할 수 없고 외국인과 민법상 미성년자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엄격한 실명확인을 거치면 가상화폐를 새로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신규 계좌 개설을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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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출처는 연합뉴스 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