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창고를 개방한다. 약 2년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표류 중이었던 두 편의 영화 개봉을 줄줄이 확정 지은 것. 영화 '궁합(홍장표 감독)'과 '7년의 밤(추창민 감독)'이 각각 2월 말과 3월 '드디어' 스크린에 걸린다.
역학 시리즈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궁합'은 궁중의 정해진 혼사를 거부하는 송화옹주와 각기 다른 사주를 가진 부마 후보들의 궁합을 보기 위해 입궐한 천재 역술가 서도윤의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2015년 9월 크랭크인해 3개월 촬영 후 2015년 12월 크랭크업했다. 2016년과 2017년을 모두 날리고 2018년에 공개된다.
그사이 주연배우 이승기는 입대했고 전역까지 마쳤다. 심은경은 1월 말에 '궁합'보다 늦게 촬영한 '염력(연상호 감독)'을 먼저 선보인다. 이번 영화에서 이승기는 조선 팔도에서 천재라고 일컫는 서도윤 역을, 심은경은 조선 왕실에서 정해 주는 혼사를 거르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하는 송화옹주로 분해 알콩달콩한 로맨스 호흡을 맞췄다.
배우는 잘못이 없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에 애정이 남다르기로 유명한 이승기는 입대 전 '궁합' 홍보 영상 촬영까지 마쳤지만 개봉이 밀리고 밀리면서 무의미한 준비가 됐다. 그는 군 복무 중에도 '궁합' 제작진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응원, 주연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복귀작은 tvN 드라마 '화유기'가 됐고 '궁합'은 스크린 복귀작이 될 전망이다.
'7년의 밤'도 개봉 시기가 여러 번 뒤바뀌었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7년의 밤'은 세령호에서 벌어진 우발적 살인 사건을 기본 스토리로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현수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하는 남자 영제의 7년 전의 진실 그리고 7년 뒤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다. 현수를 류승룡이, 영제를 장동건이 연기했다. 류승룡 역시 '염력'을 먼저 개봉 시키게 됐고, 장동건은 '7년의 밤'보다 늦게 촬영한 '브이아이피(박훈정 감독)'로 지난해 관객들을 만났다.
2015년 10월 크랭크인한 '7년의 밤'은 6개월 뒤인 2016년 5월 크랭크업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000만 관객 감독 반열에 오른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계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개봉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7년 뒤 개봉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개봉이 지연되는 영화는 개봉하는 영화만큼 많고, 사정도 작품마다 모두 다르다. '영화가 별로라서'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는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개봉을 못하면 기본적으로 개봉할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그 이유는 곧 '문제'로 인식된다. '잘 나왔으면 왜 개봉을 못 해?'라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배우들 역시 조금은 민망한 상황에 놓인다. 일단 까마득한 대과거의 촬영 에피소드를 떠올려야 하고, 분명 쉬지않고 열일을 했지만 당장 보일 수 있는 결과물이 없기에 애가 탄다. 보다 젊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최대한 좋게 포장하면 포장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이에 대해 충무로 관계자는 "한 영화의 개봉이 밀리면 다른 영화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후반 작업 기간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지만 많이 만진다고 해서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개봉 지연 됐다고 무조건 흥행 실패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편견은 생긴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야 모든 억측이 사라질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