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해 관계자들의 이견을 조율하는게 쉽진 않다.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KBOP, 즉 KBO가 비즈니스적 차원에서 나서 조율해야 한다."
프로야구 중계권 계약 구조와 관련, A 구단 관계자가 날린 일침이다. 업계에선 '방송과 뉴 미디어 권한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프로야구 시청매체 형태는 최근 급격하게 바뀌었다. 모바일과 PC 등 뉴 미디어 이용자가 TV 등 전통적인 미디어 이용자를 역전했다.
물론 과거에는 방송사가 뉴 미디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낮게 점쳐 중계권 통합이 이뤄지지 않아도 큰 문제를 삼진 않았다. 이제는 높은 중계권료를 지불하고도 수익 구조 어려움에 처했다. 방송사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외치는 이유다.
KBO 리그가 더욱 탄탄히, 내실있게 발전하기 위해선 관련 업계의 '동반 성장'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계권 통합의 필요성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현행 방식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콘텐트 생산자인 구단(선수)과 가공하는 방송사가 온당한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다. KBO가 비포털 온라인 권리를 중계 대행사인 에이클라에 몰아줬기 때문이다. 1차 중계화면(클린 피드)를 제작하는 방송사가 자막이나 코멘트 등을 붙여 따로 제작하는 영상(더티 피드)에 대한 권리로 1년에 받는 비용은 고작 3~4억원에 그친다. B 관계자는 "방송사와 뉴 미디어 시장 상황은 거의 50 대 50인데, (중계권 관련) 비용은 우리가 80%를 내고 있다. 너무 과한 느낌이다. 앞으로는 우리가 직접 제작한 영상물 콘텐트를 뉴미디어에 직접 판매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C 관계자는 "현재 방송사는 중계권료를 내고도 뉴미디어 등에 있어 여러 제약과 권리 제한으로 만들고 싶은 자체 콘텐트를 만들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뉴미디어 지분을 나눠 갖는 형식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즉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 격이라는 의미다.
구단 관계자의 이해 역시 비슷하다. D 관계자는 "요즘 뉴 미디어가 대세다. 그런데 프로야구 시장의 성장에 케이블 TV 방송사의 공헌을 간과할 수 없다. 많은 투자를 통해 중계의 질을 올렸고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인기 상승에 큰 몫을 담당했다. 하지만 요즘 많이 어렵다고 들었다. 뉴 미디어에 비해 중계사가 갖는 부담이 크다"며 중계권 통합 및 중계권료 재조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중계권 협상 시기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중계권 관련 계약의 만료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2018년 말 뉴 미디어 계약, 2019년 말 케이블 TV 중계권 계약, 2020년 말 IPTV 계약이 차례로 각각 만료되는 식이다. 중계권 계약이 여러 갈래로 1년 간 차이를 두고 진행돼 후발 계약자는 "'울며 겨자먹기' 식의 사인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예를 들어 2018년 말 뉴 미디어 계약이 이뤄진 뒤 케이블 TV 방송사가 뉴 미디어 권리의 필요성을 역설하면 '앞서 계약이 이뤄져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반응으로 제 권리를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E 관계자는 "서로 나뉘어지는 중계권 계약 시기를 일부 조정해 한 번에 걸쳐 해야한다. 2018년 시즌 종료 후, 혹은 2019년 종료 후 한꺼번에 계약이 이뤄져야한다"고 강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그렇다면 중계권 통합 화두는 이번이 처음일까? 아니다. 2010년대 초반에도 '방송과 뉴 미디어 권한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KBO는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넘어갔고, 중계권 계약은 따로따로 이뤄졌다. 당시 업계에 몸 담았던 D 관계자는 "KBO의 종무식이 끝나고 업무가 잠시 중단된 12월 말에 에이클라와 뉴 미디어 권리를 계약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KBO가 중계권 계약 시기를 통합하고, 각 사업자의 권리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서로 조정해나가야 한다. C 관계자는 "KBO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