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레전드 이형택의 스승으로 잘 알려져 있는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은 28일 중앙선데이 특별 기고를 통해 정현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주 전 회장은 "어린 나이에 슬럼프를 극복하고, 당당히 세계적 선수들과 경기하고, 많은 관중들 앞에서 그들을 감동시키는 정현을 보면서 무척 기뻤다. 모든 사람이 무모하다고 생각했던 세계 도전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은 나 역시 몰랐다"며 서비스 구속을 좀 더 향상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호주오픈 4강으로 정현은 이형택이 갖고 있는 랭킹(36위)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니시코리 케이(29·일본)가 도달한 아시아 최고 랭킹(4위)도 넘어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서비스의 속도와 각도가 더 향상돼야 한다. 정현은 아직 스윙할 때 체중을 다 싣지 못한다. 서비스를 잘 넣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꾸준한 근력을 더 키울 것도 주문했다. 주 전 회장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근력도 더 키워야 한다. 호주오픈 준결승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를 만나 발바닥 통증으로 기권했다. 5세트 중 3세트를 따야 하는 메이저 대회서 6경기를 치르다 보니 체력이 고갈된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부상도 찾아올 수 있다"며 앞으로 다가올 부상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 전 회장은 이번 호주오픈이 정현이 성장하는 데 커다란 변곡점이 됐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선수들의 기량은 한 계단씩 오르는 게 아니라 큰 대회에서 특별한 계기를 통해 갑자기 달라진다. 나는 그것을 이형택을 통해 경험했다.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특별한 계기가 찾아오는데, 그것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호주오픈 1~3회전 경기와 조코비치와 경기는 확연히 달랐다. 잃을 것이 없던 정현은 조코비치에게 기죽지 않았다. 스트로크 랠리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지난달에 영입한 네빌 고드윈(남아공) 코치가 도움을 줬을 것이다. 좋은 코치 밑에서 영어도 늘리고 새로운 테니스에 눈이 뜨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현의 미래는 어떨까. 주 전 회장은 2년 뒤인 2020년으로 내다봤다. 주 전 회장은 "2년 뒤 정현이 메이저 대회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거라고 확신한다. 아시아 선수들의 신체 상태가 제일 좋은 때는 24~26세라고 생각한다. 니시코리는 25세에 US오픈 준우승을 했다. 이미 메이저 대회 4강에 오른 정현은 그 나이 때에 우승할 것이다"며 "큰 걱정은 없다. 정현의 정신력은 강하다. 경기를 많이 뛰면서 배우고 발전할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정현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IMG는 지난 27일 네빌 고드윈(43) 코치를 정식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고드윈 코치는 지난해 US오픈 준우승자 케빈 앤더슨(12위·남아공)을 4년간 지도했으며 2017 ATP투어 올해의 코치로 선정된 인물이다.
정현은 "네빌 코치와 함께하면서 경기력에 직결되는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투어 대회에서 선수 생활 전반에 걸친 조언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훈련할 때나 휴식을 취할 때도 네빌 코치와 즐겁게 지낸다"고 말했다. 정현은 원래 2월 초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ATP투어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발바닥 상태에 따라 다음 출전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