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팬들이 ‘돌아온 호랑이’ 타이거 우즈(43·미국)를 격하게 반겼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이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즈 골프클럽에는 ‘타이거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곳곳에서 포착되는 등 건강하게 복귀한 우즈에 대한 기대감이 만연했다.
우즈는 29일(한국시간)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맞바꿔 이븐파를 쳤고, 최종 3언더파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888일 만에 PGA투어 컷 통과에 성공했던 우즈는 4라운드 동안 오버파를 기록하지 않았다. 노오버파 기록도 2015년 8년 윈덤 챔피언십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통증 없이 4라운드를 완주한 우즈는 1년 만의 복귀전을 통해 재기의 청신호를 밝혔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버디 15개와 보기 10개, 더블 보기 1개를 적었다. 비록 티샷의 일관성이 떨어졌지만 좋은 쇼트 게임 기량을 선보이며 선전했다. 드라이브 샷으로 가볍게 300야드 이상 보낼 수 있는 장타를 뽐냈고, 특유의 클러치 능력을 드러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30.36%, 그린 적중률이 58.33%였다.
쇼트 게임 능력을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스크램블링 부문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는 1.714개로 15위, 스크램블링 확률은 63.33%로 공동 21위를 차지했다. 우즈는 와이파이처럼 들쭉날쭉한 티샷에 대해 “역겁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유일한 건 쇼트 게임이었다”고 쇼트 게임에 대해선 만족감을 보였다.
라운드마다 수 천 명의 갤러리를 몰고 다닌 우즈는 강력한 펀치 한 방씩 보여주며 갤러리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1라운드에서 189야드 파3 16번홀에서 6번 아이언으로 시도한 티샷이 홀인원이 될 뻔 했다. 공은 핀 20cm 옆에 붙어 버디로 연결됐다. 2라운드에서는 특유의 첫 번째 어퍼컷 세리머니가 나왔다. 1번홀에서 15m 거리의 먼 거리 퍼트를 쏙 집어넣었다. 3라운드에서는 12번홀이 하이라이트. 드라이버 샷이 우측으로 밀려 러프에 빠졌지만 우즈는 196야드 남은 거리에서 아이언으로 정확하게 핀 근처에 세웠다. 까다로웠던 2.5m 남은 퍼트도 라인을 정확하게 읽고 버디로 연결시켰다.
최종일에는 최대 드라이버 샷 거리 358야드에 달할 정도로 호쾌한 장타를 날렸다. 389야드 2번홀에서는 352야드의 드라이버 샷으로 그린까지 거의 다 보냈고, 가볍게 버디를 낚아냈다. 우즈는 “뜨거운 심장이 나를 뛰게 한다”며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우즈는 “샷감이 코스에서는 완전 다르게 느껴졌다. 이번 주는 감각과 퍼팅에 의존했다. 이 대회에서 어떤 스윙을 했는지 집으로 돌아가서 점검할 것”이라며 “아직 내 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전히 배우는 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우즈의 다음 경기 출전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재단이 주최하는 제네시스 오픈(2월 16~19일)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회에서는 제이슨 데이(호주)와 알렉스 노렌(스웨덴)이 5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경기가 일몰로 순연되면서 ‘1박2일 연장 승부’로 우승자를 가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