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과 시민단체가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점주들에게 통행세를 요구하는 등 '갑질' 혐의를 받은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규탄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와 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은 30일 서초구에 있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치즈통행세와 보복출점, 광고비 유용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전형적인 '기업 오너 편들기, 봐주기 판결'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 23일 배임·횡령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전 회장이 점주들에게 치즈를 유통하는 과정에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를 끼워 넣어 이른바 '치즈 통행세'를 챙기도록 부당 지원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치즈 통행세'로 MP그룹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와 광고비 유용, 탈퇴 점주 인근에 직영점 보복 출점 등 혐의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기울어가는 토종 피자기업을 살릴 기회를 뺏는다면 정 전 회장과 가맹점주들에게 가혹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검찰은 지난 29일 재판부에 항소했다.
점주들은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프랜차이즈 오너 일가의 갑질을 허용한 '봐주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사무국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토종 피자 브랜드는 120개 정도인데 앞으로 이들 업체들이 모두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봐주는 판결이 나올 수 있게 돼 버렸다"며 "1심 판결이 나온 당시 어떤 브랜드에서는 프로모션을 하면서 공지사항에 '프로모션 비용은 본사가 부담하지 않는다'고 적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 3년 징역에 5년 집행유예가 나오는 이른바 '3·5 법칙'이 작용한 또 다른 사례"라며 "수십억원 횡령 등으로 죄질이 나쁜 데도 봐주기 판결을 한 재판 내용이 납득이 되지 않고 공정거래법을 있으나마나 한 법으로 만들고 있다. 항소심에서 편향된 이번 판결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치즈 유통과정에 자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를 끼워 넣고 가격을 부풀려 57억원의 이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 2016년 2월부터 1년 동안 가맹점을 그만 둔 점주들이 새로 만든 매장 인근에 직영점을 개설하고 장기간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는 등 '보복 출점' 혐의도 있다.
이외에 자신의 딸과 사촌형제, 사돈 등 친인척을 MP그룹 직원으로 허위 취업시켜 29억원의 '공짜 급여'를 제공하고 점주들로부터 받은 광고비 5억7000만원을 다른 용도로 쓴 혐의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