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북한에서 날아든 통지문은 일방적이었다. 북한은 이날 밤 10시10분께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 통지문을 통해 우리 측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 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 행사까지 시비에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해 왔다. 갑작스런 취소 통보에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남북 간 합의 사항에 대해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19일에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공연을 위한 사전 점검단을 20일에 파견한다고 했다가 당일 밤늦게 아무런 설명 없이 중지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 문제는 예정보다 하루 늦은 21일에 점검단을 파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이번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까지 일방적인 취소 통보가 이어지면서 북한의 '평창 행보'를 지켜보는 시선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남북 스키선수 합동 훈련이다. 당초 남북은 판문점 실무회담을 통해 31일부터 1박 2일간 남북 스키 선수단이 북한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에서 합동 훈련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남북 합동 훈련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30일 강원도 양양으로 이동해 하루 묵은 뒤 31일 마식령 스키장으로 출발하는 일정이다. 그러나 북한이 일방적으로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하면서 합동 훈련도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30일 오전에 "합동 훈련과 관련해 특별한 문제는 없다"며 "합의된 대로, 예정된 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고 내부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 홍보 문제 또 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스키선수들의 교통편 문제 등을 고려하면 합동 훈련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하지만 남아 있는 남북 합의 사항이 모두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북한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북한예술단의 강릉, 서울 공연이나 태권도시범단의 시범 공연 등 남아 있는 일정이 많기 때문이다. 응원단 파견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개막을 2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응원단 파견을 철회한 적이 있다.
일단 관계자들은 현재 예정돼 있는 행사들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북한예술단은 다음 달 8일과 11일 각각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하기로 돼 있고, 태권도시범단의 경우 서울 공연은 물론이고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 식전 공연 여부도 합의 중이다. 관계자들은 설령 북한이 예정된 문화 행사에서 또다시 '일방적 취소'를 통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 자체를 취소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해 와일드카드를 받은 데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평창겨울올림픽에 국제적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선수단 파견을 취소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