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채용에서 특혜를 주기 위해 한해에만 각각 55명과 20명으로 된 'VIP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하나·국민·부산·광주·대구 등 5개 은행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넘긴 자료에는 하나·국민은행의 특혜채용 리스트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리스트에는 55명의 이름이 들어 있었고 이들은 지난 2016년 공채에서 전원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이 중 시험 성적으로만 갈리는 필기전형에서 6명이 통과했고 임원 면접에서는 점수 조작으로 모두 합격했다.
계열사인 하나카드 사장의 지인 자녀는 2016년 12월 7일 임원면접 점수가 4.2점으로 불합격이었지만 이튿날 4.6점으로 높아져 합격으로 발표됐다. 사외이사 지인 자녀도 이같은 방식으로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트에는 추천자가 '사외이사'로만 적혀 어느 회사의 사외이사인지는 불분명한 경우였다.
국민은행에서는 20명의 이름이 담긴 리스트가 발견됐다. 이들은 지난 2015년 공채에서 전원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면접에서는 예외없이 통과했다. 특히 특혜가 의심되는 3명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종손녀가 포함돼 있다.
은행들은 특혜 채용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며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하나은행 측은 "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이나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 점수 조작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글로벌 인재나 지역 인재, 이공계 지원자 등을 우대하고 입점 대학 및 주요 거래 대학 출신을 감안하는 등 지원자의 역량, 영업의 특수성 및 경영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재를 뽑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측은 "채용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의해 채용됐다"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노조는 사측에 대한 조사 촉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나은행 노동조합은 "채용비리의 최종 책임자는 인사 최종 결정자인 함영주 행장과 하나금융을 사유화해 계열사 인사에 관여한 김정태 회장"이라며 "이미 김정태 회장은 재임 중 저지른 온갖 부정과 비위 혐의로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의 조사와 수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공정한 기회조차 박탈하는 가장 악질적인 차별로 청년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은 각 은행 사측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행장과 지주회장 모두 즉각 사퇴하고 법의 심판을 기다릴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