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애슬론 역사를 다시 쓴 티모페이 랍신(30)이 태극마크를 달고 생애 첫 올림픽 레이스를 펼친 소감을 밝혔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에서 귀화한 랍신은 11일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10km 스프린트에 출전해 16위(24분22초6)에 올랐다. 이 순위는 한국 바이애슬론 올림픽 역사상 최고 순위다.
이날 87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랍신은 10발의 사격(복사 5발·입사 5발)에서 1발만 놓치며 선두권을 달렸다. 하지만 경기 막판 속도가 떨어지면서 톱10에서 밀려났다. 작년 무릎 수술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사격에서 딱 한 발만 놓쳤지만, 랍신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사격이 주특기이기 때문이다. 랍신은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사격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 랍신은 "사격에서 한 발을 놓쳤다"면서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손가락이 얼어서 실수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민 대한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은 "랍신은 원래 춥고 바람 부는 날을 좋아한다. 오늘은 그게 안 통했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출신인 그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러시아 대표로 활약하며 월드컵 통산 6회 우승을 차지한 화력한 이력의 소유자다. 한국은 아직 바이애슬론에서 올림픽 메달을 딴적이 없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이 '올림픽 메달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귀화 시켰다. 러시아 대표팀 선발 당시 파벌 문제로 탈락한 랍신 역시 미련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랍신은 "차분하고 침착하게 경기하려고 노력했다. 아쉽게 오늘 실수해서 메달을 못 땄다"면서 "(추적 경기가 열리는) 내일도 아마 추울 거 같다. 가장 중요한 건 사격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