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역대 최고 기록으로 우리나라 동계 스포츠의 새 역사를 쓴 이들이 있다.
한국은 17일까지 금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쇼트트랙 최민정(여자 개인 1500m)과 임효준(남자 개인 1500m) 남자 스켈레톤 윤성빈이 금메달을 땄다.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석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남자 1500m 메달을 목에 걸었고, 쇼트트랙 남자 서이라는 10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메달과는 관계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한국 동계 스포츠의 새 역사를 쓴 선수들도 많다. 여자 모굴 스키 서정화는 올림픽 출전 세 번째 도전 끝에 프리스타일 모굴 스키 결선에 진출했다. 프리스타일에서 한국 선수가 결선에 진출한 것은 2014년 소치 대회 때 최재우에 이어 두 번째, 여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이다. 모굴 스키 불모지나 다름 없는 환경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전진이다.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은 감동 레이스를 선보였다. 지난 11일에 열린 5000m에서 6분14초15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대 이상인 5위를 기록했다. 이어 15일 남자 10000m 경기에선 12분55초5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3조에서 레이스를 펼친 그는 중간 선두에 올랐지만 이후 뒷조에 나선 3명의 선수가 이승훈의 기록을 추월했다. 이승훈은 동메달을 차지한 니콜라 투몰레로(12분54초32)에 불과 1초22 차이로 아쉽게 동메달을 따지 못한 채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던 한국신기록 12분57초27을 1초73이나 앞당겼다. 그는 당초부터 이번 대회 매스 스타트와 팀 추월에 전력, 메달에 도전한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노선영은 은퇴를 앞둔 네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 기록을 작성했다. 지난 12일 여자 1500m에서 1분58초75를 기록했다. 개인 최고 기록(1분56초04)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자신의 올림픽에선 가장 빠른 기록이다. 특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고, 2016년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전 쇼트트랙 대표팀이자 친동생 故 노진규를 생각하며 다시 스파이크 끈을 조여매 더욱 감동을 선사했다.
차준환은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역사를 새로 썼다. 16일 쇼트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최고점(83.43 점)을 따낸 차준환은 17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자신의 기존 최고점(160.13점)을 경신했다. 더불어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합친 총점 248.59점 역시 자신의 기존 최고점(242.45점)을 6.14점이나 끌어올린 신기록이다. 차준환은 남자싱글에서 최종 15위를 차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때 정성일이 작성한 한국 역대 올림픽 남자싱글 최고 순위(17위)를 24년 만에 뛰어넘었다.
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28·전남체육회)과 티모페이 랍신은 각각 바이애슬론 여자 15㎞ 개인 경기, 바이애슬론 남자 10㎞ 스프린트 경기에서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인 16위를 기록했다.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장혜지-이기정은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8개팀 중 세계랭킹이 가장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2승(5패)을 거뒀다. 특히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두 차례나 연장전까지 승부를 끌고가는 등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선보였다. 두 선수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비인기종목인 컬링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