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컬링대표팀(4인조) '팀 킴(Team Kim)'은 18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예선 5차전에서 중국을 12-5로 대파했다. 중국은 지난해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 결승에서 한국을 꺾고 금메달을 가져간 팀이다. 한국은 1엔드부터 3점을 몰아치며 기선을 제압했다. 중국이 2엔드에서 1점을 따라잡자, 3엔드에서 또 3점을 내며 6-1로 달아났다. 한국은 4엔드에서 1점을 내줬으나 5엔드에서 4점을 쓸어 담으며 승리를 확정했다. 컬링은 빙판 위에서 스톤(돌)을 던져 브룸(브러시)으로 빙면을 닦아 하우스 중앙에 가깝게 붙이는 팀이 이기는 경기다. 팀당 4명씩 출전해 엔드당 스톤 8개씩을 던져 10엔드로 승부를 가린다.
4승1패를 기록한 대표팀은 스웨덴, 일본과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4승은 한국 컬링이 역대 올림픽에서 거둔 최다승이다. 컬링은 출전국 10개 팀이 풀리그로 예선을 치른 뒤, 상위 4개 팀이 4강 토너먼트에 출전해 금메달을 가린다.
스킵(주장) 김은정·리드 김영미·세컨드 김선영·서드 김경애·후보 김초희로 구성된 한국의 선전은 이번 겨울올림픽 최대 이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세계 랭킹 8위의 전력으로 세계적인 강팀을 연달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1차전(15일)에서 세계 랭킹 1위 캐나다를 8-6으로 누르며 일찌감치 파란을 예고했다. 캐나다는 지난해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13전 전승으로 우승한 세계 최강팀이자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3차전(16일)에선 2위 스위스를 7-5로 제압한 데 이어 17일 4차전에선 랭킹 4위자 종주국인 영국마저 7-4로 눌렀다.
파격의 연승 스토리 못지않게 이들의 팀 결성 과정 또한 만화에나 나올 법한 극적인 스토리로 가득하다. 경북 의성 여·중고 출신들로 이뤄진 여자팀이 모이는 과정은 드라마 저리 가라다. 2006년 경상북도 의성에 국내 최초 컬링전용경기장이 들어섰다. 시골에서 취미 활동이 마땅치 않았던 고1 여고생 둘이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김영미(27)와 김은정(28)이 그 주인공. 취미가 전염됐다. 김영미의 동생 김경애(24)가 언니에게 물건을 건네주러 컬링장에 왔다가 얼떨결에 같이하게 됐다. 김경애는 이후 학교 교실 칠판에 '컬링 할 사람 모집'이라고 적었다. 친구 김선영(25)이 조용히 김경애에게 연락했다. 여기에 컬링 유망주 김초희(22)가 합류하면서 팀은 완성됐다. 5명은 숙소로 사용하는 같은 아파트에서 이층 침대를 나눠 쓰며 동고동락해 왔다.
여자팀의 팀명은 '팀 킴'이다. 컬링은 보통 주장의 성(姓)을 따서 팀명을 붙인다. 레이첼 호먼(29)이 이끄는 세계 챔피언 캐나다는 '팀 호먼'이다. 하지만 '팀 킴'은 한국 선수들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팀원 전원이 김씨인 한국에 '팀 킴'은 꼭 맞는 이름이다. 외신들은 이변의 주인공인 '팀 킴' 선수들 전원의 성이 김씨인 것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ESPN은 17일 "한국 여자 컬링선수들은 모두 성이 같다"며 한국 선수들 등에 새겨진 이름 E.KIM, Y.KIM, S.KIM, K.KIM, C.KIM을 차례로 소개했다. 김영미와 김경애만 자매인 '팀 킴'은 국제 대회에 출전해 팀원 전체가 김씨라고 하면 자매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다.
그래서 애칭을 만들었다. 김은정은 '애니', 김경애는 '스테이크', 김선영은 '써니', 김영미는 '팬케이크', 김초희는 '쵸쵸'다. 'MJ' 김민정 감독은 "어느 날 함께 아침을 먹다가 별명을 정했다. 그때 먹은 음식이 해당 선수의 별명이 됐다"며 "이 별명으로 부르는 외국 선수들도 많다"고 밝혔다.
경기 이후 김초희는 "우리 경기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잘됐다"면서 "앞으로도 집중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자팀은 당초 올림픽 5승이 목표였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5승이 데드라인은 아닐 것"이라면서 "여자 컬링은 아직 고속도로가 아니다. 가시밭길이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컬링을 많이 알려야 하는 사명감이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에 4강에 꼭 가야 한다고 하지는 않겠다"면서도 "(평창에서 한국 컬링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팀 킴'은 19일 오전 9시5분에 스웨덴과 1위를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