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중계되는 올림픽 무대에서 소향의 '홀로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애수 넘치는 목소리로 링크를 가득 채우는 아리랑의 가락에 맞춰 애절한 연기를 펼치는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민유라-겜린 조는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기술점수(TES) 44.61점, 구성점수(PCS) 41.91점을 합쳐 86.52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 댄스 점수 61.22점을 더한 총점은 147.74점.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챌린저 시리즈 민스크 아레나 아이스 스타 대회에서 받은 공인 최고점 152.00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금까지 이들이 치러온 그 어떤 무대보다 특별한 연기가 됐다.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아리랑'을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달려온 민유라-겜린 조는 쇼트 댄스에서 16위에 올라 프리 댄스에 진출, 자신들의 꿈을 이뤘다.
잘 알려진 대로 '아리랑'은 많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곡한 곡이다. 점수를 매기는 심판들에게 '아리랑'은 낯선 음악이고, 한복 역시 낯선 의상이라 호응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겨울올림픽에서 한복과 아리랑으로 전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싶다는 민유라의 바람은 강했고, 민유라로부터 아리랑에 담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겜린도함께 아리랑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드디어 올림픽 무대에서 아리랑을 연기할 수 있게 된 민유라-겜린 조는 연기를 마친 뒤 서로를 꼭 안아줬다. '드디어 해냈다'는 표정이 얼굴에 드러났다. 점수보다 더 중요한 건 프리 댄스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는 것이었기에,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완벽하진 않았지만 올림픽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기분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연기는 팀 이벤트(단체전) 쇼트 댄스에, 어제 개인 종목 쇼트 댄스에 이어 이들의 이번 올림픽 마지막 무대가 됐다. 민유라는 "올림픽이 끝나니 너무 아쉽다. 다시 들어가서 연기하고 싶다"며 올림픽의 매력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리랑을 연기한 민유라는 "오실 줄 몰랐는데 와서 봐주셔서 너무 좋다"고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