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25·강원시청) 박지우(20·한국체대) 노선영(29·콜핑팀)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준준결승에서 3분03초76를 기록했다. 8개 팀 중 7위에 그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파문은 성적 탓이 아니다. 올림픽 정신에 어긋한 경기력과 태도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결승전까지 두 바퀴가 남은 상황에서 노선영이 세 번째 자리로 이동했고, 다른 두 선수는 스퍼트를 올렸다. 격차가 벌어졌고 결승선을 통과할 땐 두 그룹이 4초나 차이가 났다.
뒤쳐진 선수를 무시한 채 자신의 레이스만 한 두 선수에게 질타가 쏟아졌다. 심지어 김보름은 조소 섞인 표정으로 "뒤에서 격차가 벌어지면서 아쉬운 기록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선배이자 연장자를 지시대명사로 표현했다. 불에 기름을 부었다. 경기 뒤에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없었다. 하나가 되지 못한 선수가 있었고, 다른 선수들과 지도자는 이를 방관한 모양새였다.
논란이 커지자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렸다.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참석했다. 노선영은 감기 증세로 참석할 수 없다고 했다. 알맹이 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노선영을 향한 사과는 없었다.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의 혼선만 강조했다. 김보름의 눈물도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폭로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감기라던 노선영은 이날 큰 탈 없이 선수촌 밖으로 외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진행된 기자회견이었다는 의구심이 생겼다. 서로 다른 말을 했다. 백철기 감독은 "선수가 '맨 뒤에서 달리며 속도를 유지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선영은 한 방송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보도가 나온지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백 감독이 다시 반박했다. 자신 말고도 노선영이 한 말을 들은 사람이 있다는 내용이다. 진실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예고된 촌극이기도 했다.
올림픽 전부터 불거졌던 대표팀 내 불화설이 드러났다. 근복적인 원인은 빙상계 파벌 싸움의 여파라는 목소리도 크다. 이런 시선은 밥 데 용 대표팀 대표팀 코치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남긴 글로 인해 무게가 실렸다. 그는 20일 "(결과가)놀랍지 않다. 선수들이 7위나 8위를 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했다. 대표팀 분위기·전력·전략을 두루 알고 있는 인물의 한 마디다. 밥 데 용 코치는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감추지 못한 노선영을 홀로 위로했다. 그의 말과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현재 글을 삭제된 상태다.
국민의 분노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개최국의 품격이 한 순간에 곤두박질쳤다. 이미 정치인, 연맹 고위 인사의 '갑질' 논란이 있었다. 외부 요인이 영향 미친 촌극이 이어지자 피로감은 분노로 바뀌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의 최다 추천은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청원합니다'다. 오전 11시 현재 47만2979명이 참여했다.
외신의 시선도 차갑다. 캐나다 일간지 더글로브앤메일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이라는 제목으로 "엘리트 스포츠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기분 나쁜 얘기가 중계됐다"고 했다. 영국 방송 BBC와 미국 신문사 USA투데이도 앞서 결승선을 통과한 두 선수에 대한 국가 대표 자격 발탁을 청원하는 여론을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김보름의 인터뷰가 후폭풍을 불러왔다"고 꼬집었다.
팀추월 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54분부터 7·8위 결정전에 나선다. 구성원은 그대로다. 역대 올림픽 사상 최악의 팀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