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까놓고 말해 정우(36)는 천상유수가 아니다. 말을 반복하기도 하고, 답변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안에 계산과 거짓은 없다. 잘 몰라도, 유창하게 말하지 못해도 그 이상의 솔직함이 있다. 그래서 만나면 만날 수록 호감도가 높아지는 배우다.
영화 '흥부(조근현 감독)'로 1년만에 컴백해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난 고(故) 김주혁을 추억하며 먹먹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고, "바닥찍은 연기"라는 배우로서 쉽게 인정하기 힘든 발언도 숨기지 않았다. 말이 막힐 땐 즉시 양해를 구하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매 해 만나지만 만날 때마다 변함없이 겸손한 정우다.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도 않다. 때문에 영화계의 애정을 받는 것도 이해가 간다. 현재 막바지 촬영 중인 '이웃사촌(이환경 감독)' 등 차기작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늘 최선을 다하는, 열정 넘치는 배우임을 알기에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글씨는 잘 쓰는 편인가. "하….(웃음) 내가 원래 글씨가 엉망이다. 악필이다. 글씨를 너~무 못나게 쓴다. 웬만하면 모든 장면을 내가 연기하려고 애쓴다. 그게 당연한 것이고. 근데 글쓰는 장면은 어쩔 수 없었다. 영화니까. 영화적인 표현을 해야 하니까. 그것만은 어쩔 수 없더라."
- 글씨가 아닌 글을 쓰는건 어떤가. "'잘 쓴다, 못 쓴다'로 표현하기 보다는 일단 쓰는 자체는 좋아한다. 일기나 시나리오를 혼자 끄적끄적 거린다. 물론 세상에 내보일 의도로 쓰는 것은 아니다. 감정, 경험 등 에피소드를 메모하는 습관있다. 그걸 모아모아 나열하는 것이다. 각 잡고 쓰지는 않는다. 그렇게 쓸 줄도 모르고.(웃음)"
- 자전적 이야기가 많은가. "아무래도? 내 경험 혹은 내 친구의 경험을 주로 쓰고 상상할 때도 있다. 성장에 관한 이야기도 쓰고.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연기다. 연기를 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접근하는 것이다."
- 실제 도움이 되던가. "'바람'을 찍을 때 느꼈다. 그 영화의 원안은 내가 썼으니까. '내가 쓴 것이 이런 식으로 연기되고 이런 식으로 만들어 지는구나' 싶더라.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 끄적끄적 하는 수준이다. 아마 박스 안에 쌓여있을 것이다.(웃음)"
- 영화 혹은 글에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나. "분명히 영향은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체라고 해야 할까? 어떤 영화를 보고 꿈이 달라지는 사람, 글을 보고 느낀 바가 커 인생관 자체가 달라지는 사람도 있지 않나. 그래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쓰이는지가 중요하다.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뭐든 바뀔테니까." - 백미경 작가가 '흥부' 속편을 집필 중이라고. 알고 있었나. "난 몰랐다. 시사회 때 처음 들었다.(웃음)"
- 1년에 많아야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작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왜 없겠나. 늘 많은 필모그래피를 쌓겠다는 계획으로 임한다. 작품은 계속 찍는데 개봉 시기가 어쩌다 보니 자꾸 이렇게 된다. '재심'이 지난해 이맘 때 개봉했더라. 깜짝 놀랐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나 싶기도 하고 '흥부'가 '재심' 후 1년만에 개봉할 줄도 몰랐다."
- 몇년간 장르적 성격이 강한 작품을 했다. 로맨스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히말라야' 때도 약간, 살짝, 잠깐 알콩달콩하게 하긴 했는데. 하하. 그.르.네.요. 아하하하. 로맨스야 뭐.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언제든지 하지 않을까. 장르를 구분지어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순도 높은 시나리오를 갈망한다.(웃음) 대부분의 배우들이 나와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