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학교 축구부는 창설한지 45년이 됐다. 그리고 45년만에 조민국 감독은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청주대는 지난 28일 경남 통영공설운동장에서 치러진 성균관대와 제54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1973년 창단한 청주대 축구부의 첫 우승 트로피. 폭우 속에서 승장이 된 조 감독은 최우수 감독상도 수상했다. 경기 후 만난 조 감독은 "사실 이번 대회는 32강 진출이 목표였다"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게 된 것에 만족한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조 감독은 2015년 청주대 부임 이전까지 프로-아마 정상급 팀을 주로 맡은 사령탑이다.
내셔널리그까지 평정했던 조민국 감독/내셔널리그 제공
1999년부터 10년간 고려대를 이끈 그는 이천수· 차두리· 박주영 등 특급 스타들을 앞세워 대학 무대를 평정했다.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미포조선(2009~2013년)와 울산 현대(2014년)를 이끄는 동안에도 팀 성적이 좋았다.
수도권 팀이 아닌 청주대는 달랐다. 축구 명문처럼 특급 유망주를 수급하기 쉽지 않았다. 체육특기생보다는 정시 전형으로 축구부에 들어오는 선수가 더 많다. 조 감독은 "포지션별로 특기자들이 와야 하는데 시험 쳐서 정시로 들어온 선수가 많다"면서 "현재 7~8명이 그런 선수"라고 말했다.
감독 먼저 스타 선수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그리고 원 팀(one team) 만들기에 나섰다. 탄탄한 조직력을 만들 수 있는 유능한 코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 감독은 "2년간 팀을 잘 조련하고 FC 서울로 옮긴 이을용 코치에게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최근 부진 속에서도 팀을 잘 이끈 신수진 코치의 역할도 굉장히 컸다"면서 "코치들이 관리를 다 했다"고 칭찬했다.
이번 우승으로 청주대 축구의 분위기도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 조 감독은 "지방 학교지만, 처음 결승에 올라와 우승한 게 선수들에게 큰 자부심이 될 것"이라면서 "많은 고교 선수들이 청주대에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를 이끌고 우승할 때보다 더 기쁘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은 준우승에 그친 설기현(39) 성균관대 감독의 지도력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설기현 감독도 앞으로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기 운영이나 빌드업 과정 모두 좋았다"면서 "설기현이라는 지도자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시대에 맞는 지도자로 성장할 것"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조 감독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학교측에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학교에서 너무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전용 훈련장이나 숙소 등 많은 시설이 갖춰졌다"며 "오늘 성적이 있게 된 배경이다. 교직원들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사실 내가 더 이상 욕심낼 것은 없다. 우리 선수들이나 코치 제자들이 좋은 길을 갈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1973년 창단한 청주대학교 축구부는 대전·충청권 축구 발전을 이끈 팀이다. '특급 스트라이커' 최순호(현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거미손' 이운재(현 수원 삼성 골키퍼 코치) 등 국가대표 선수를 다수 배출했다. 지역 내에선 맞설 팀이 없을 만큼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전국 무대에 나서면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쟁쟁한 수도권 대학팀과 선수 영입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청주대는 2015년 베테랑 사령탑 조민국 감독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의 주역 이을용 코치를 영입해 전국구 팀 도약에 도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