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달을 뜨겁게 달군 2018 평창겨울올림픽이 25일 폐회식을 끝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3월 열리는 패럴림픽이 남아있긴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행사를 놓고 보면, 19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첫 겨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난 셈이다.
평창겨울올림픽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평창의 폐막은 곧 한국·중국·일본의 동아시아 3개국이 치르게 될 '올림픽 삼국지'의 시작을 알렸다. 평창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림으로써, 2020 도쿄올림픽-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3개국의 올림픽 릴레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평창이 2018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2년 뒤, 2013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2020 여름올림픽 개최지로 도쿄가 선정됐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베이징이 2022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돼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3개 대회가 동아시아에서 연속으로 치러지게 됐다. 지금까지 120여 년 동안 여름과 겨울을 통틀어 50회 이상 개최된 올림픽 역사에서 아시아가 '릴레이 개최'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중·일 3개국이 줄지어 올림픽을 개최하는 건 국제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한·중·일 3개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있으나 역사적으로 균열을 품고 있어 항상 긴장 관계에 놓여있다. 비단 북한의 존재를 제외하더라도 한·일간 독도 분쟁, 일·중 사이 센카쿠 열도 분쟁 등 오늘날까지도 영토 분쟁이 치열해 3국간 화합은 불가능에 가까운 분위기다. 바로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평창에서 시작해 도쿄와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 3국간 관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평창은 가장 중요한 '첫 단추'의 역할을 맡았다. 동아시아에서 열리는 세 번의 올림픽 중 첫 주자로 나선 평창의 성공 여부는 다른 대회들에도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차기 여름올림픽 개최지인 일본 도쿄와 겨울올림픽 바통을 이어받을 중국 베이징 모두 평창에 온 신경을 쏟은 이유다. 다행히 평창은 준비 기간 불거졌던 우려를 딛고 세계의 극찬을 받으며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남은 건 바통을 이어받을 도쿄, 그리고 베이징이 어떤 준비를 통해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 주목된다.
日, 평창 열기를 도쿄로 이어간다
일본은 이번 평창겨울올림픽을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못지않게 공들여 준비했다. 평창과 강릉 두 곳에 각각 재팬하우스를 만들어 관람객과 각국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했고, 취재진도 수백여 명이 파견됐다. 약 2000 여 명을 파견한 미국 올림픽 주관방송사 NBC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베뉴(venue) 어디서나 TBS, 니혼테레비, 후지TV 등 일본 방송국의 카메라를 흔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평창 자체에 대한 취재 열기도 뜨거웠지만, 평창을 발판 삼아 2020 도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청사진'을 위한 열기가 더 뜨거워보였다. 실제로 몇몇 방송국은 '평창에서 도쿄로'를 슬로건 삼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각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평창올림픽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 "평창을 취재해본 결과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나" 등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은 평창겨울올림픽을 통해 2년 뒤 열릴 2020 도쿄올림픽에 대한 '사전조사'를 마쳤다. 고바야시 히로유키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홍보국장은 "악천후나 홈페이지 해킹 등, 평창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은 언젠가 우리가 맞닥뜨릴지 모르는 문제들이다. 많은 것을 배웠다"고 차기 개최지 관계자로서 평창에서 얻은 소득을 전했다. 올림픽 취재 담당인 닛칸스포츠의 타카바 미즈호 기자는 "평창은 셔틀버스나 베뉴 운영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흠잡을 곳을 찾기 어려운 대회였다"며 "다른 나라보다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은 (일본에)아주 중요한 경험이 된다. 조직위도 도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평창의 많은 것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평창을 대하는 일본의 시선은 노노무라 유키히코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부사무총장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노노무라 부사무총장은 "올림픽 열기가 아시아의 평창에서 도쿄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평창의 성공 다음은 도쿄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 3개국에서 연달아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3개국이 힘을 합쳐 아시아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이 아닌 '화합'으로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다.
中, 빙설굴기 앞세워 성공 올림픽 도전
평창의 성공에 고무된 건 2020 여름올림픽 개최지인 일본 도쿄만이 아니다. 처음으로 올림픽이라는 큰 행사를 치르게 된 중국 베이징 역시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의 첫 주자로 나선 평창의 성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은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개최로 인해 일본과 한국에 이어 세 번째로 올림픽을 치르는 아시아 국가가 됐다. 2008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을 발판 삼아 더욱 더 성대한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욕도 대단하다. 여름올림픽과 달리 겨울올림픽에선 쇼트트랙 등 일부 종목에서만 메달을 따내는 '약소 국가'인터라, '빙설굴기'를 선언하고 벌써부터 막대한 자금을 들여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오는 2025년까지 겨울 스포츠 엘리트 선수 500만명, 겨울 스포츠 인구를 3억명으로 늘리고 전국의 스케이트장을 800곳, 스키장을 1000곳으로 늘리겠다"는 겨울스포츠 육성 방안도 바로 이 '빙설굴기'의 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해까지 3970억 위안(약 70조 원) 수준이었던 겨울스포츠 규모를 2020년까지 6000억 위안(약 103조 원) 2025년까지 1조 위안(약 171조 원)대로 키워 전체 스포츠 시장의 20% 규모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평창에서는 출전한 선수단 규모 이상으로 많은 중국 취재진을 만날 수 있었다. 중국 취재진들은 자국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 경기장까지 곳곳을 누비며 평창의 올림픽 운영을 유심히 살폈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은 금메달 1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전체 16위에 그치며 부진한 성적을 냈으나 이는 오히려 베이징겨울올림픽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좋은 자극이 됐다는 평가다. 중국 상하이 지역 언론인 원후이바오의 션레이 체육부 기자는 "기존에 메달을 따내던 선수들도 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쇠퇴해 이번 대회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 선수들이 4년 뒤 베이징에서 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션 기자는 "중국은 원래 겨울스포츠 강국이 아니다.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지역도 동북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정도"라며 "아직도 많은 중국 사람들이 겨울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선 스키장이 잘 갖춰져있는 일본 삿포로 등으로 여행을 떠난다. 베이징겨울올림픽을 준비하며 인프라가 구축되는 중이라 점점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중국이 베이징겨울올림픽에 거는 기대를 전했다. 또 "베이징은 2008 올림픽을 잘 치뤄낸 곳이다. 평창이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한 만큼, 4년 뒤 베이징에서도 평창 못지않은 훌륭한 대회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