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29)가 부활포를 쏘아올렸다. 미셸 위는 4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낚으며 17언더파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4년 6월 US여자오픈 이후 약 3년 9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LPGA투어 통산 5승째다.
'천재 골퍼'로 불린 미셸 위지만 US여자오픈 우승 후 슬럼프가 찾아왔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랭킹이 180위권 아래까지 떨어지는 등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재기를 위해 'ㄱ'자형 퍼트를 시도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미셸 위는 계속해서 퍼트에 변화를 줬고, 결국 역그립으로 바꾸며 퍼트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최종일 25개로 신들린 퍼트감을 뽐내며 재기의 청신호를 밝혔다.
18번홀에서 희비가 갈렸다. 17언더파 선두를 달리던 신지은(한화큐셀)이 그린을 놓친 뒤 3온2퍼트로 보기를 적으며 공동 선두로 내려앉았다. 16언더파로 마지막 홀에 들어선 미셸 위는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 러프에 빠졌고, 그린마저 놓쳤다. 그린에서 제법 떨어진 곳이었지만 미셸 위는 퍼터를 잡고 승부수를 띄웠다. 15야드 거리에서 시도한 퍼트는 그린 턱을 넘어 굴러가더니 거짓말처럼 홀로 빨려 들어갔다. 미셸 위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고, 갤러리들도 환호성을 내질렀다.
16언더파의 넬리 코다(미국)도 18번홀에서 결정적인 버디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넬리가 2.5m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미셸 위의 우승이 확정됐다.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했던 넬리와 다니엘 강(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은 모두 16언더파로 라운드를 마쳤다. 미셸 위는 "5타 차 뒤에서 출발했지만 7타를 줄이면 충분히 우승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집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지은은 마지막 홀 안타까운 보기로 '2012년 싱가포르 저주'를 푸는데 실패했다. 당시 1타 차 선두로 최종일 18번홀에 들어선 신지은은 생애 첫 우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갑자기 기상 악화로 경기가 중단됐다. 1시간30여 분 후에 경기가 속개됐지만 신지은은 컨디션 유지에 실패했다. 티샷이 왼쪽 숲으로 들어가는 등 1벌타를 받았고, 결국 4온2퍼트로 더블 보기를 적으며 연장 승부를 헌납했다. 결국 신지은은 연장 3차전 끝에 안젤라 스탠퍼드(미국)에게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