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주전 외야 경쟁이 남긴 불씨가 지명타자로 옮겨붙을 전망이다. 붙박이 주전을 예단할 수 없다.
롯데는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기존 지명타자 최준석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대체 선수를 물색했고 사인 앤드 트레이드 형식으로 채태인을 영입했다. 채태인은 주전 라인업에 희소한 좌타자다. 1루 수비력도 뛰어나다. 지난해 10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2를 기록했다. 타격 능력도 갖췄다. 무엇보다 이대호의 체력 안배를 거들 수 있다. 실제로 스프링캠프 평가전에선 그가 주로 1루수로 나섰다.
채태인이 주전 지명타자로 유력하다. 하지만 조원우 롯데 감독은 "더욱 치열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게 목표다. 주전 선수도 안주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사령탑의 방침뿐 아니라 팀 상황도 무혈입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팀에 타격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롯데는 스토브리그에서 FA(프리에이전트) 외야수 민병헌을 영입했다. 민병헌을 영입하는 데 80억원을 투자했다. 손아섭과 민병헌은 주전이 확실하다. 지난해 타율 0.321·18홈런을 기록한 전준우도 한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외야진엔 지난해 주전 좌익수 김문호, 장타력이 뛰어난 박헌도,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이병규도 있다. 주전 경쟁은 시즌이 개막한 뒤에도 진행형이라는 의미다.
밀린 선수는 보통 백업 외야수나 대타 요원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타석에서의 컨디션과 결과에 따라서 주전 지명타자로 나설 수도 있다. 오로지 타격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그동안 채태인이 잦은 부상으로 온전히 한 시즌을 치르지 못한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김문호는 주전 자리에서 밀려났고, 12년간 몸담았던 LG를 떠난 이병규는 재기가 절실하다. 박헌도는 '만년 백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연히 주전을 노린다.
전준우의 수비 적응력도 관건이다. 그는 민병헌이 영입된 뒤에 익숙하던 중견수에서 좌익수로 전향을 준비했다. 코너 외야로 향하는 타구는 속도가 빠르고 꺾이는 각도도 크다. 베테랑도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 조 감독은 수비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전준우가 부침을 보인다면 그를 지명타자로 돌리고 수비력을 갖춘 선수로 좌측 외야를 채울 가능성이 있다.
LG 박용택, KIA 나지완처럼 자리가 견고한 지명타자도 있다. 하지만 몇몇 팀들은 타격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번갈아 쓰거나, 기존 주전의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이 자리를 활용한다. 현재 롯데는 후자인 셈이다. 타격 능력에 잠재력이 있는 젊은 선수들까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3루수와 포수처럼 지명타자도 치열한 주전 경쟁을 예고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