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조민기 쇼크' 여파가 거세다. 미투 운동(#Me Too, 나도 성폭력을 당했다)으로 불거진 성추문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해 대중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인 캠페인의 일환으로 국내서 확산됐던 미투 운동은 가해자와 피해자 편으로 나누는 장벽으로 변질됐다. 특히 남성과 여성의 대립을 가져오며 사회에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12일 오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 조민기에 대한 발인이 엄수됐다. 고인은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부교수로 재직하며 수년간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아 교수직을 박탈당했다는 미투 운동 글이 게재되면서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망으로 사건은 '공소권없음'으로 종결됐다. 죽기 전 고인이 남긴 유서에는 제자들을 향한 사과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조민기는 떠났지만 미투 운동에 동참한 피해자들은 난감해졌다. 용기 내 했던 고백이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한 부담과 괜한 죄책감까지 낳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활발했던 미투 운동은 움츠려든 분위기다. SNS 중심으로 "스스로가 죽인 것이지 미투 운동이 죽인 것이 아니다"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며 피해자의 편에 서자는 움직임도 일었다.
반면 일방적 미투 운동은 마녀사냥이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배우 유아인은 자신의 SNS에 군중 속에서 고통스럽게 화형을 당하는 사람의 영상을 게재했다. 네티즌들은 "조민기의 죽음이 마녀사냥 때문이냐는 뜻이냐"고 추측했다. 이 사건은 가해자 옹호 논란으로 번져, 남녀 편가르기까지 확대되고 있다.
처음 미투 운동을 시작했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도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영국 텔레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은 배타적 대립을 보여서는 안된다. 미투는 성폭력을 겪은 이들 모두를 위한 것이지, 여성운동이 아니다. 남자들은 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권력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이, 성별에 따라 구분지어져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의 '펜스룰'(여성들과의 접촉을 아예 차단한다) 이야기에는 "남자들은 이제 여자와 따로 비즈니스 미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데이터를 봤다. 남자들은 여성으로부터 떨어지는 것이 성희롱의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창피함을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많은 희생자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이 운동의 주요 동력이지만 케빈 스페이시의 폭력을 고발한 소년들이나 성폭력에 직면한 수백만의 남성들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여성들 또한 미투의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미투 운동에 동참할 땐 신중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만약 당신이 어떤 것이 폭력이라고 말한다면 법적인 의미와 파문을 불러올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힐링과 정의를 얻기 위해 학대나 가해를 가한 사람의 이름을 크게 소리치고 싶어한다"며 이를 이해하지만 긴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주의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