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자동차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은 물론이고 국내 주요 도시에서도 퇴출 바람이 불고 있다. 급기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디젤차의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업계는 '탈디젤' 시대를 맞아 친환경차로 꼽히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탈디젤' 나선 완성차 업계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프·크라이슬러·피아트 등을 보유한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오는 2022년까지 모든 디젤 승용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토요타와 포르쉐도 최근 유럽에서 디젤 승용차 판매를 종료한다고 선언하면서 '탈디젤' 대열에 합류했다. 볼보와 르노 역시 새 디젤 엔진 개발을 포기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디젤차 생산 중단을 결정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독일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환경오염 문제로 디젤 차량의 시가지 진입 규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지난달 말 도시 행정 당국의 디젤차 시내 주행 금지 조치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판결 직후 독일 제2의 도시인 함부르크가 오는 4월부터 디젤차의 일부 도로 진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서도 디젤차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노후 디젤차의 운행제한지역이 확대되고, 환경부가 조기 폐차를 유도하고 있다.
서울시는 작년부터, 인천·경기는 올해부터 2005년 이전에 등록된 오래된 경유 차량에 대해 배기가스 배출 정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정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차량은 운행이 제한된다. 이를 어기고 적발되면 첫 회는 경고, 두 번째부터는 20만원 과태료가 부과되며 누적되면 최고 200만원까지 늘어난다.
일본도 마찬가지. 도쿄 환경국은 최근 정부 차원의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외에 자체적인 디젤차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 규제에 소비자도 등 돌려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소비자들이 디젤차를 꺼리고 있다.
유럽자동차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 주요 15개국의 디젤차 점유율은 2011년 56.1%였으나 2016년에는 50.2%로, 2017년에는 45.7%로 떨어졌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2015년 우리나라의 디젤 승용차 등록 대수는 68만4383대로 비중이 45%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54만2425대로 비중이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수입차는 10대 중 7대가 디젤차일 정도로 디젤 선호가 높았지만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불거진 2015년 이후 가솔린 비중이 높아져 지난해에는 디젤차 점유율이 가솔린(43.0%)과 비슷한 47.2%까지 급감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디젤차를 만드는 업체가 줄고 소비자들은 자칫 대세를 거스르고 환경오염에 동조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어 구매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젤차의 몰락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각광받는 친환경차
디젤차 시대가 저물면서 업계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완성차 업체들은 디젤차의 대안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25년까지 친환경 차종을 38까지 확대, 전기수소차 '투트택' 전략으로 친환경차 2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폭스바겐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80종을 출시하고, 2030년에는 폭스바겐뿐 아니라 그룹 내 전체 300여 차종 모두 적어도 하나의 모델은 전기구동화하겠다고 밝혔다.
토요타자동차는 2030년까지 친환경차 개발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전지 개발 및 생산에 총 1조5000억 엔(약 14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에는 전 차종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밖에 메르세데스 벤츠도 친환경차 개발을 위해 향후 100억 유로(약 13조1665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용성만 강조하던 디젤차 시대는 저물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며 "고급차 브랜드도 친환경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 시장은 더욱 확대될 조짐"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친환경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더 적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디젤차는 가교 역할로 임무를 다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