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진정성이 담긴 모성애가 시청자들을 울렸다. 이보영은 tvn 드라마 '마더'에서 학대받는 한 아이, 허율(윤복)을 만났고, 허율이 친모에게 버려진 날 허율을 데리고 떠나는 수진 역을 맡았다. 드라마는 허율의 진짜 엄마가 되기 위한 이보영의 여정을 그렸다. 최근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이보영은 "모든 사람에게 마음과 진심이 통한 것 같다. 그리고 촬영 때 모든 스태프들이 숨소리 한 번 안 내고 집중했다"면서 "허율은 배우 인생 최고의 파트너"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 오랜만에 인터뷰를 한다. "인터뷰를 일부러 안 한 건 아니다. 마지막 인터뷰는 '내 딸 서영이' 때 했다. 그 후에 결혼했고, 여러모로 타이밍이 안 맞았다."
- 결혼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아이가 생겼다. 삶의 중심이 아기 위주로 돌아가는 점이 크게 바뀌었다."
- 그래서 '마더'가 특별했나.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였다. 아이를 낳고 '나는 나쁜 엄마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아빠와 엄마를 보는 다른 시선도 못마땅했다. 아이와 아빠의 관계는 인정해 주는데 엄마는 인정해 주지 않더라. 예를 들면 오빠(지성)가 아이를 안고 있으면 칭찬받지만, 내가 안으면 너무 당연한 거더라. 이런 시선이 싫었다."
- 아이가 생겼을 때 어땠나. "애를 낳는 순간 우리 애가 가장 예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왜 안 예쁘지. 내가 이상한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이를 낳고 시간이 지나니까 더 예쁘게 느껴지더라. '키우는 정이 더 크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 아이가 생긴 뒤에 아동 학대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고.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떤 사랑을 받냐에 따라 한 아이가 헤쳐 나가는 세상이 달라지더라. 기사를 접할 때마다 울었다."
- 그래서 '마더'를 선택했나. "제안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이 작품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방송 일자가 다가오면서 '미쳤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뭘 말하고 싶어서 이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무서웠다."
- 어떤 점이 무서웠나. "원작에서 보여 준 엄마의 메시지를 보여 주고 싶었는데, 원작이 너무 뛰어났다. 원작을 훼손할까 봐 우려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았다. '겁도 없이 덤볐구나'라고 생각했다."
- 결과적으론 만족하나. "개인적으론 행복하다. 너무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감독님에게도 '행복한 하루였다. 감사하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다시 이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했다."
-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원작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 원작에 나오는 엄마의 잔상이 남아서 힘들었다. 14부 전화신에서 몸이 묶였다. 원작 '마더'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다. 원작은 일본 정서에 맞게 해석돼 있다. 우리는 따뜻한 사람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전화하는 신 빼고 다른 신들은 대본에 충실해서 연기했다."
- 허율과 호흡은 어땠나. "허율이 잘해 줘서 정말 고맙다. 원작의 아역과 비교하는 기사가 많이 나왔을 땐 정말 아쉬웠다. 현실에서 허율이 연기한 윤복이 같은 아이는 절대 있을 수 없다. '아이의 체구가 더 작아야 한다' '예쁘지 않다'는 말들이 있었다. 핵심이 빗나가서 아쉬웠다."
- 아동 학대 장면 때문에 우려도 많았다. "많은 분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정작 (허)율이는 그게 뭔지 모른다. 그저 숨바꼭질이라고 생각하지,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지 컷으로 찍어서 아이는 어떤 장면을 찍는지 몰랐다. 오히려 율이는 현장에 오는 걸 즐거워하고 재밌어했다. 학교에 안 간다는 걸 마냥 즐거워했다. 심리 상태도 최상이었다."
- 무서운 장면도 많았다. "끈적하고 공포스러운 걸 안 좋아한다. 아동 학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불편하고 싫은 이미지들을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학대로 인해 아이들이 죽기도 하는데,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심각할 거다. 영상으로 많이 걸러서 표현해도 이 정돈데 진짜 학대받는 아이들은 정말 힘들고 아프지 않을까. 연기자라서 그런지 기사를 볼 때도 이미지화돼서 머릿속에 그려졌다. '마더'로 아동 학대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