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 1년 차, 순수 신인을 향한 관심이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봄이다. 그 중심에 강백호(19 ·kt)와 롯데 한동희(19 ·롯데)가 있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올 시즌 신인 선수들의 재능에 주목했다. "오랜 시간 동안 고교리그와 청소년 국가대표팀을 지켜봤지만 올해는 유독 자질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진입한 것 같다"며 감탄했다. 특히 투수 곽빈(두산), 양창섭(삼성)은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인 드래프트에선 대체로 투수가 상위 순번에 지명된다. 마운드 강화는 10구단의 공통 숙제이기 때문에 1년 차부터 기회를 얻는 신인도 많다. 반면 야수는 대부분 자리 주인이 있다. 경쟁 포지션은 기존 선수 4~5명이 경합한다. 지난해도 규정 타석을 채운 1년 차 야수는 이정후(20 ·넥센) 뿐이었다. 그는 2001년 김태균(한화) 이후 16년 만에 나온 야수 출신 순수 신인왕이다.
야수가 입단 첫 해부터 1군 무대에서 활약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올해는 강력한 신인왕 후보만 2명이다. kt 외야수 강백호와 롯데 내야수 한동희가 그 주인공. 개막 엔트리 합류는 물론 주전 입성도 유력하다.
강백호는 이미 고교시절부터 주목받은 선수다. 서울고 1학년이던 2015년부터 홈런 5개를 때려냈다. 마운드에선 시속 150km 대 강속구를 던졌다. 천부적인 재능을 증명했다. 김진욱 kt 감독은 그의 입단이 결정된 직후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프링캠프 평가전에서 5할(0.586) 대 장타율을 기록하며 신인답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고, 일찌감치 주전 좌익수로 낙점됐다.
한동희는 3루 경쟁 구도를 흔들며 주목받았다. 이전엔 경남고와 부산고로 좁혀지는 롯데의 흔한 1차 지명 선수로 여겨졌다. 야수 유망주의 존재감이 유독 미미했던 롯데이기에 관심도 적었다. 하지만 실전 경기에서 평가를 바꿨다. 안정감을 주면서도 과감함까지 갖춘 수비력이 조원우 감독을 사로잡았다. 타격도 잠재력이 있다. 고교 3학년이던 지난해, 출전한 28경기 모두 4번 타자로 나섰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052. 내야 세대 교체가 필요한 롯데에 때마침 장타 유망주가 등장했다.
두 선수는 지난주에 팀이 치른 시범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강백호는 타율 0.429, 한동희는 0.375를 기록했다. 맞대결에서도 활약했다. 19일 수원 롯데-kt전에서 강백호는 끝내기 안타 포함 2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팀의 4-3 역전승을 이끌었다. 한동희도 라이언 피어밴드의 주무기인 너클볼을 받아쳐 2루타를 만들었다. 두 차례 매끄러운 더블플레이를 이끌기도 했다. 설레발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선발 출전 빈도, 경기력, 나이보다 큰 배포를 두루 감안하면 스타가 될 싹수까지 보인다.
마침 절친하다. 강백호는 "(한)동희는 고교 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다"고 했다. 당연히 평가도 후하다. "수비력을 따라갈 수 없다. 다른 재능도 정말 많다"고 치켜세웠다. 한동희는 "(강)백호의 타격 능력은 넘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고. 이 말을 강백호에게 전하자 "괜히 이상한 말을 한다"며 쑥스럽게 웃어보였다. 취재진이 "한동희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능력을 꼽아달라"고 하자 "말하면 동희가 삐친다"며 애정 섞인 배려를 했다.
벌써 에피소드도 생겼다. 한동희는 17일 경기 전 강백호의 집에 방문했다가 배트를 얻었다. kt 원정 2경기에서 2루타 2개를 쳤다. 강백호는 "나는 장타가 안 나와 속을 썩고 있는데, 걔는 내 배트로 잘 치더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하지만 "1군에서 살아 남고, 더 잘 하길 바란다"는 덕담도 서로에게 남겼다.
지난해 이정후의 활약을 보며 자극을 받은 동기들도 많았다. 어떤 조직이나 그렇듯이 비슷한 연차가 치고 나가면 경쟁심이 커지게 마련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강백호와 한동희도 이미 흥미로운 경쟁 구도를 뵈이고 있다. 서로를 인정하면서도 자극제로 여긴다. 강백호도 "윈윈할 수 있는 관계다"고 했다.
최근 몇년 동안 KBO리그 신인왕 경쟁은 예측이 어렵지 않았다. 순수 신인 사이 경쟁은 리그 흥행에도 큰 힘이 된다. 양준혁과 이종범이 등장한 1993년, 유지현-서용빈-김재현이 한 팀에서 경쟁한 1994년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