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사극을 연말까진 볼 수 없게 됐다. '미투 운동'이 방송가에 변화를 가져왔다. 중견 배우들이 몸을 사리면서 제작이 어려워졌다.
배우 고 조민기·조재현·오달수·최일화·최용민·김태훈·한재영·이영하까지 중견 배우들이 성 추문에 휘말렸다. 묵직한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 줄줄이 '미투 운동'에 거론되며 중견 배우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제작사 간에 드라마나 영화 섭외 시 중견 배우들의 섭외 조건은 연기력이 아니라 사생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더불어 중견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도 섣불리 제작하기 힘들다는 말도 속속 들리고 있다. 중견 배우들의 사생활 검증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정통 사극은 방송가 라인업에서 삭제됐다. 연말에 사극 편성을 하려 했던 방송사들도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부터 잡음이 흘러나오면 현장 전반의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에, 무리해서 제작하기보단 안전하게 아예 제작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드라마들이 생방송 진행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빡빡한 촬영 일정이 잡혀 있는데 '미투'까지 대비하고 싶진 않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이미 '미투 운동'으로 제작에 난항을 겪은 경우도 많다. tvN '나의 아저씨'와 OCN '작은 신의 아이들'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에서 각각 오달수·고 조민기·최일화가 하차하면서 대체 배우를 급하게 섭외하기도 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정통 사극 편성이 사라졌다. 무리수를 두면서 만들 순 없는 상황이다. 퓨전 사극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중견 배우들이 빠지면서 무게감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견 남자 배우 대신 중견 여자 배우를 쓰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여자 중심의 시나리오를 개발하자는 말이 나왔다"며 "'미투' 열풍으로 방송가 전반적 분위기가 바뀐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견 배우들의 입장은 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중견 배우 몇몇이 '미투'에 휩쓸리면서 다 그런 것처럼 보이는 현실이 안타깝다. 좋은 배우도 많다"면서 "안 그래도 캐스팅되는 게 바늘구멍인데 캐스팅까지 안 한다니 답답한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