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1위 DB는 28일 원주치악체육관에서 열리는 2017~20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안양 KGC인삼공사와 홈경기를 치른다.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DB는 KGC인삼공사를 넘어 10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리고 있다. KGC인삼공사전을 앞두고 정규리그 최우수 선수(MVP) 두경민(27), 베테랑 김주성(39), 외국인 에이스 디온테 버튼(24) 등의 활약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DB 내부의 기대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바로 올 시즌 기량이 만개한 김태홍이다. 16년간 프로 무대에서 활약 중인 레전드 김주성은 "플레이오프에선 핵심 선수들의 활약만으로는 챔피언이 되기 어렵다. 시쳇말로 '미친 선수(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나와야 우승할 수 있다"면서 "우리 팀에선 '미친 활약'을 해줄 만한 선수가 많다. 특히 김태홍이 깜짝 놀랄 만한 경기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태홍은 올 시즌 기량이 만개한 선수다. 용산고를 거쳐 고려대를 졸업한 김태홍은 2011~2012시즌 전주 KCC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했다. 그러나 주전 경쟁에서 밀려 벤치만 지켰다. 5시즌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지난 시즌 DB로 옮겼다. 김태홍은 DB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베테랑 김주성을 팀 동료로 만난 덕분이다. 김태홍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저녁 식사 후 김주성과 2~3시간씩 야간훈련을 했다. 김주성이 슛과 수비 등을 직접 시범 보이는 방식이었다. 백전노장에게 받은 1대1 과외는 피가 되고 살이 됐다.
김태홍은 데뷔 후 가장 많은 49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22분을 소화하며 6.98득점 3.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평균 4분20초(12경기)를 뛰며 1.08득점 0.7리바운드에 그친 지난 시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적이다. 총 출전 시간을 비교하면 입지 변화가 드러난다. 그는 올 시즌 총 1078분18초(팀내 5위)간 코트를 누비는 주전급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 51분57초보다 무려 1000분 이상을 더 뛰었다. 주장까지 맡아 후배들까지 챙기며 팀의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덕분에 지난 14일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데뷔 후 7년 만에 기량발전상을 받았다. 프로농구 역사상 가장 많은 시즌을 치르고 기량발전상을 받은 선수로 등록됐다.
김태홍은 훈련을 도와준 김주성에게 챔피언반지를 은퇴 선물로 주고 싶다고 했다. 김주성은 신인이던 2002∼2003시즌 정상에 올랐고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김태홍은 "(김)주성의 마지막에 우승 반지를 끼워주고 싶다. 1차적으로는 정규리그를 우승했고, 챔피언전도 생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마음만으로는 되는 게 아니다. 4강 플레이오프부터 착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홍은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KCC 소속이던 2015∼2016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올랐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고양 오리온에 패했다. 김태홍은 "DB 멤버가 경험이 적어 단기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 DB가 정규리그 1위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었다"면서 "시즌을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플레이오프에 대비한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저에게 주어진 몫만 다하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친 활약'을 하는 선수가 한 번 돼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