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가 MBC '무한도전'과 13년 만에 작별하면서 전한 말이다. 갑작스럽게 종영하게 된 이유부터 '무한도전' 시즌2에 대한 계획, 향후 거취까지 그를 향한 관심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30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무한도전' 김태호 PD와의 티타임이 진행됐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13년의 역사를 함께했다. 31일 방송을 끝으로 휴식기를 가진다. 스태프들과는 4월 초 포상휴가를 괌으로 떠날 예정이다.
2005년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된 '무한도전'은 MBC를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예능 브랜드로 사랑받았다. 유재석·박명수·정준하·정형돈·노홍철·하하 등이 기존 멤버였다. 양세형이 지난해 정식 멤버가 됐고 조세호가 막판 합류해 힘을 보탰다.
'무한도전'의 종영 소식은 지난달 전해졌다. 13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예능이었기에 갑작스레 찾아온 이별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그간 수차례 '무한도전'에도 시즌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던 터.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이 처음 시작할 때 정해진 것이 없고 기존 방송 화법을 봤을 때 부적합하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좌충우돌해오던 이야기를 그리다가 2009년, 2010년 국내 가장 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되면서 시작과 달리 지켜야 할 룰이 생겼다. 범주가 생기면서 그 안에서 놀아왔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2010년 넘어오면서부터는 더 큰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사실 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방송이 나갔을 때 시청자분들에게 만족감 높은, 제작진으로서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를 바랐다. 신선도를 찾아가기 쉽지 않았다.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보완할까 고민을 많이 해왔다. 나보다는 '무한도전'을 주어로 놓고 질문을 던졌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멈추게 된 것은 내가 먼저가 아니었다. 시스템적으로 좀 더 좋게 제작되다면 좋겠다는 얘기를 사측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시즌 종영을 맞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멤버들의 종영 반응을 전했다. "유재석 씨가 지난 13년 동안 '무한도전' 중심이 되어 이끌어왔던 중요한 인물이고 이 프로그램을 함께해왔던 동반자로서 공유해왔다. 의견을 전달했더니 '네가 안 하면 하차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었다. 시즌제는 좋지만 '종영'이란 표현이 쓰인 게 마음이 아팠다. 지난 13년 동안 잘했다는 느낌보다는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간의 끊임없는 '무한도전'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다. "13년 동안 함께하다 보니 멤버들 성향을 너무 잘 알아 새로 발견할 기회가 줄었다. 시청자들에 역으로 나란 인물 때문에 스토리가 뻗어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식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한도전'을 놓고 고민했다. 갈등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방송이 될 수 있을까 싶었다. 1등 예능도 좋지만 매회 스페셜하게 다가가길 바랐다"고 털어놨다.
'무한도전'은 이대로 정녕 '끝'인 걸까. 아니면 다음 시즌의 가능성을 열어둔 걸까. 김태호 PD는 "시즌이다, 아니다를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건 아직 어떤 구상이 없기 때문이다. 시즌으로 와서 하겠다고 하면 숙제가 되기에 확답하긴 어렵다. 다만 약속드릴 수 있는 건 대중적일지는 모르나 색이 분명한 것들로 인사드리고 싶다는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상 '무한도전'으로 돌아온다는 틀로 정해지니 힘들었다. 스스로에게나마 그 틀을 좀 벗겨놓고 싶다. '무한도전'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열어놓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싶다. 비워놓고 새로운 걸 채우고 싶다. 채운 다음에 그려지는 것들을 해보고 싶다. '무한도전'이 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플랫폼, 콘텐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딱 정해놓을 수 없는 것 같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유재석 씨가 없었으면 이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항상 제일 대화를 많이 했던 건 유재석 씨였다. 가장 자신 있게 해보자는 공감대를 항상 해줬던 것도 유재석 씨였다. 나 역시 걱정이지만 다음 주 목요일부터 유재석 씨가 공허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보여진 모습도 있고 보이지 않은 모습도 있다. 이 프로그램이 13년까지 올 거라고 생각 못했지만 박명수 씨가 끝까지 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박명수 씨 본인의 색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와 주신 것에 감사하다. 기복이 심한 분이라 어떻게 보면 그걸 잘 활용해서 더 큰 웃음을 터뜨렸어야 하는 아쉬운 점이 있다. 정준하 씨는 섬세해서 작은 일에도 슬퍼하고 눈물도 많은 캐릭터라 매주 너무 신경 쓸 게 많다 보니 일일이 신경 쓰지 못했다"고 미안함을 표했다.
정형돈, 하하, 노홍철에 대해선 "정형돈 씨가 어제 잠시 종방연에 와서 인사하고 갔는데 아직도 가지고 있는 아픔에 대해 일찍 일찍 챙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멤버들 다 고맙다고 손을 잡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하하 씨는 축구로 치면 미드필더 역이었다. 큰 그림을 그리는 걸 유재석 씨와 함께 해왔는데 공에 비해 빛을 많이 보지 못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노홍철 씨 같은 경우도 2014년까지 큰 공을 세웠다. '무한도전'에 대한 사랑은 여전한 것 같더라"고 말했다.
아울러 "양세형 씨는 마음 아픈 멤버 중 한 명인데 처음부터 너무 잘해서, 필요해서 초대한 멤버였지만 '우리 멤버'라고 밝힐 수 없어 미안했다. 2년 동안 덕분에 든든하게 했다. 조세호 씨는 '무한도전'과의 인연은 2009년부터다. 군입대 전 함께하고 이후에도 끝없이 인연을 이어왔다. 작년에 노홍철 씨를 어떻게 하면 이 프로그램에 초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여름쯤 서로 힘들다는 걸 확인하고 조세호 씨를 생각했다. 어떤 모습으로 들어올까 하다가 MBC 파업이 있었다. 그래서 11월 이후로 늦춰진 것이다. 그제 인사하면서 지난 10년을 '무한도전'에 들어오기 위한 마음으로 살았다면서 짧은 여행을 했다고 했다. 6개월 정도 함께했는데 '가장 칭찬만 듣고 멈추기에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종영이 결정되자 김태호 PD의 향후 행보에 대한 추측성 얘기들이 쏟아졌다. 거대 제작사의 러브콜, 유명 영상 플랫폼 자체 제작 예능 프로그램 연출설 등이 지라시에도 등장할 정도로 관심사였다.
김태호 PD는 "5년 전, 6년 전부터 PD들이 이적하면서 지라시가 돌았다. 과거엔 이적과 관련한 제안을 받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엔 없었다. 콧대가 높아 보였나보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다음에 여기서 다시 인사드리고 싶다"고 강조, MBC에 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끝으로 "13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질책이 싫어서 귀를 닫으려고 했던 적은 없다. 재미없는데 재미있는 척 했던 것들이 있다. 시청자분들이 그때마다 웃고 넘겨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까지 멤버들이 최선을 다했다. 다른 곳에서 활약할 멤버들도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