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엇나간 팬심(心)이 만행으로 이어졌다. 롯데가 시즌 초반부터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는 3월 3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시즌 2차전에서 5-10으로 패했다. 개막 7연패를 당했다. 2만 5000석을 가득 채운 홈팬들 앞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했다. 당연히 비난의 목소리도 커졌다.
그럼에도 결코 발생하면 안 되는 장면이 나왔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이 경기 뒤 귀가를 위해 구장을 나선 이대호를 향해 오물을 던진 것. 치킨박스였다. 등을 직격했다. 이대호는 잠시 박스가 날아든 방향을 응시했지만 이내 별다른 대응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 영상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향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사직구장 정문 앞 광장은 선수와 팬이 교감할 수 있는 장소다. 경기가 끝나면 보안팀이 선수가 개인 자가용이 있는 주차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확보하고, 팬들은 진입을 막은 안전선 밖에서 응원을 보낸다. 승리한 경기 뒤엔 당연히 인산인해다. 패한 경기 뒤에도 '진짜' 팬은 자리를 지킨다. 욕을 하기 위해 30~40분을 기다리는 사람은 드물다. 다른 구장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KT는 선수단이 나올 때 음악과 조명을 틀어 놓으며 팬들의 흥을 돋운다.
문제는 안전이다. 저지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오물을 투척하는 행위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다. 보완 요원 2~3명이 따라붙지만 극성팬을 저지하는 수준이다. 상식과 정도를 지켜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일일이 사인을 하거나 사진을 찍어주지 않아 비난을 받는 선수도 있다. 스타플레이어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상황과 본질이 다른 문제다. 이대호를 향한 오물이 종이팩이 아니라 유리병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나마 매 경기 이뤄지던 스킨십의 현장마저도 폐쇄가 논의될 수 있다.
현재 롯데 구단도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강구하겠다"는 입장 밖에 내놓지 못했다. 팬이 관련된 사안이 만큼 말을 아꼈다. 사직구장에선 지난해 축제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0월 8일 NC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한 롯데팬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소주팩을 던졌다. 우매한 한 명의 팬이 관람 문화를 더럽혔다. 이번 사건도 다르지 않다. 이대호뿐 아니라 롯데팬도 상처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