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최고 신인과 2018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가 처음으로 맞은 편 더그아웃에서 창을 겨눈다. 넥센 이정후(20)와 KT 강백호(19)다.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시작되는 넥센과 KT의 3연전이 그 장이다.
선의의 대결이다. 이정후와 강백호는 실제로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둘 다 서울 지역 고교(이정후 휘문고, 강백호 서울고) 출신인 데다 2016년 청소년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이정후는 3학년이었고, 강백호는 이 대표팀에 포함된 2학년 선수 네 명 가운데 하나였다. 데뷔전에서 프로 첫 승을 거둔 삼성 신인 양창섭 역시 당시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던 멤버다.
강백호는 지난해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모교 서울고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대회 MVP에 오른 뒤 '가장 부러운 사람'으로 이정후를 꼽은 적이 있다. "정후 형과 절친한 사이다. 형 덕분에 가끔 고척돔에 가서 야구를 봤다"며 "프로선수가 된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고 했다. 또 "정후 형이 '프로는 힘들고 냉혹하지만 재미도 있다'고 했다. 나도 프로에 가면 형처럼 1군에서 빨리 자리잡고 싶다"며 "무조건 열심히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꿈은 현실이 됐다. 고교 무대를 주름잡던 둘은 프로에 와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개막과 동시에 스타가 됐다. 개막전부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팀이 치른 144경기에 모두 출전하면서 KBO 리그 간판 타자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역대 신인 한 시즌 최다 안타와 득점 기록을 갈아 치우는 위력도 뽐냈다. 경쟁자도, 이견도 없이 압도적인 득표로 지난해 신인왕에 올랐다.
강백호 역시 데뷔 첫 타석부터 홈런을 날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프로 첫 8경기에서 홈런 4개를 터트리고 11타점을 올리면서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이승엽(전 삼성)이 은퇴하고 없는 올해, 벌써부터 '역대급 홈런 타자'의 태동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정후와 강백호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정후는 고척돔을 홈 구장으로 쓰는 넥센 소속이다. 프로 입단 후 고척돔에서 첫 경기를 치렀고, 팀을 대표하는 간판 타자로 자라났다.
이정후의 야구 인생에 또 다른 고향과 같은 장소다. 그런데 이 고척돔이 문을 연 2015년에 개장 첫 홈런을 친 선수가 바로 당시 고교 1학년이던 강백호다. 그가 전국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였다. 강백호는 "홈런을 칠 때는 잘 실감이 안 났는데, 그 후에 사람들이 놀라는 걸 보고 '아, 이게 파격적인 일이구나' 했다"며 "운이 좋았다. 고교 시절 마지막 우승을 제외하면 그때가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금도 충분히 대단하다. 그래서 더 미래가 더 기대된다. 스타일은 다르다. 이정후는 컨택트 능력이 유난히 좋고 발이 빠르다. 타고난 야구 센스가 일품이다. 강백호는 거포다. 힘이 좋아 상대 에이스급 투수의 공을 밀어서 담장 밖으로 넘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한다.
이정후와 강백호 모두 넥센과 KT는 물론 한국 야구의 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 터울 선후배의 '만화 같은' 재능 퍼레이드에 KBO 리그가 벌써부터 달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