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단이 3박 4일간의 평양 출장 마지막 날을 보낸다. 첫 공연에서 음악감독 윤상을 필두로 조용필·이선희 등 11팀의 가수들은 관객들에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남북 화합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달 31일 방북단은 김포공항을 떠나 북한 평양국제비행장을 통해 입국해 1일과 3일 두 차례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 봄이 온다' 공연을 가졌다.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진행된 공연은 우리 예술단 단독 공연으로 꾸며졌고 3일 열린 두 번째 공연은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합동으로 펼쳐졌다. 조용필·이선희·최진희·YB(윤도현밴드)·강산에·백지영·알리·정인·김광민·서현·레드벨벳이 무대에 올랐다.
정부지원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우리 예술단은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에서 남측 국민 정서를 반영해 부른 노래의 가수들, 평양 공연 경험이 있는 가수들,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가수들 중심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일정에 맞춰 섭외한 결과다. 서현은 지난 달 2월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에도 함께 올랐는데, 관계자는 "당시 여러 사람에게 제안을 했을 때 손을 든 사람이 서현이었다. '본인 노래는 못하고 삼지연관현악단 고유 레퍼토리에 맞춰서 두 곡을 한다'는 조건으로 여러 가수들에게 출연 제안을 했다. 서현 외에 다른 가수들은 본인 노래를 한 곡씩 넣어달라는 조건이 있었다. 양측 다 일리가 있지만 삼지연관현악단이 전체를 구성한 곡에 들어오는 건데 분위기를 망칠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글로벌 스타' 싸이와 방탄소년단에게도 제안이 들어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싸이의 경우 북측이 생각하는 그림에서 너무 튄다는 의견이 있어 불발됐고, 방탄소년단은 스케줄 문제였다.
북측은 선곡은 물론이고 출연자의 복장이나 안무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회자 서현을 제외한 공연팀은 자신들의 노래를 북측 관중들에 소개했다. 유일한 아이돌그룹인 레드벨벳은 편집 없이 '빨간맛'과 '배드보이'를 노래했다. 멤버들은 "우리 이름을 알린 '빨간맛'을 부르고 싶다고 제출했다"고 선곡 이유를 말했다. 최진희는 자신의 노래 '사랑의 미로'를 부른 후 덕이와 현이의 '뒤늦은 후회'를 추가로 선곡했는데,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청곡이었다. 최진희는 "김정은 위원장이 어제 악수를 하면서 '그 노래 불러줘서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그제야 왜 내게 '뒤늦은 후회'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는지 알겠더라"라고 인터뷰했다. 조용필과 이선희는 부상투혼을 발휘했다. 이선희는 대상포진 후유증이 있는데도 왔고 조용필은 50주년 기념 콘서트를 준비하다 와서 고열 등 후두염 증상이 심했다. 서현도 긴장한 탓에 몸살기가 있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공연을 성료한 우리 예술단에 북측도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무뚝뚝한 얼굴로 공연을 지켜볼 것만 같았던 북측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공연을 즐겼다. 첫 공연을 본 북측은 합동공연에서 자신들의 공연 시간을 줄였다. 남쪽 레퍼토리를 많이 하라고 제안하며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은 "우리 겨레의 심장 뜨겁게 요동칠 수 있도록 하자"는 표현을 썼다. 아이린은 "관객 분들이 호응을 엄청 잘해주셨다. 박수를 많이 쳐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했다. 영광이고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도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 일정을 바꿔 1일에 오게 됐다"며 걸그룹 이름을 입에 올렸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일자 1면에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남측 취재진의 취재 활동이 제한된 것에 "이해한다" "미안하다"며 직접 사과했다. 북한의 이같은 파격적인 장면들은 연일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 또 화제가 된 것은 '평양냉면'이다. 레드벨벳이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양념장 없이 먹는 남측에 알려진 평양냉면과는 다르다는 의견이 일었다. 옥류관 냉면을 맛본 가수들을 음식프로그램에 섭외하자는 반응도 있었다. 백지영은 "공연도 중요하지만 냉면 또한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만족해 했다.
방북단은 알찬 3박 4일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평양 순안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환한다. 황지영기자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