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아주대는 대학축구의 강호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타 대학을 압도하는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또 스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아주대가 '성지'로 불릴까. 그 어떤 대학도 해내지 못한 아주대만의 '축구 문화'를 창조했기 때문이다.
아주대의 U-리그 홈 개막전은 언제나 '흥행 대박'이다. 지난해 홈 개막전에서는 U-리그 단일 경기 최다 관중인 1753명이 들어찼다. 그리고 지난 3일 아주대학교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18 U-리그 홈 개막전 아주대와 동국대의 경기는 사상 처음으로 '2000명'을 돌파했다. 대학축구에서 2000명이 넘는 관중이 찬다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일부 흥행력이 떨어지는 프로 구단의 관중보다 많은 수치다.
아주대가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대학축구의 경쟁력을 선보이고, 대학축구만의 재미와 함께 대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축구 문화를 만들겠다는 아주대의 의지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뒤에서는 학교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받쳐줬다.
아주대 홈 경기는 어느 프로 클럽 홈 경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모습을 자랑한다. 마케팅과 홍보는 수준급이다. 아주대 캠퍼스 어디에서도 홈 경기 날짜와 시간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플래카드를 걸어 놨다. 아주대 선수들의 프로필이 적힌 팸플릿은 물론이고, 관중들이 쉽게 자리를 찾아 관람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를 해 준다. 경기가 시작되면 북을 치면서 응원을 주도하는 응원단도 등장했다. 이들의 목소리에 맞춰 아주대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외국인 대학생들도 다수 경기장을 찾아 즐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말에 이어 영어로 방송을 하는 이유였다. 팬들에게 전하는 선물도 다양했다. 경기 전 사인볼을 팬들에게 나눠줬고, 추첨을 통해 경품도 지급했다. 하프타임에 경품 추첨을 했는데 1등 상품은 제주도 여행상품권이었다. 한 여학생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상품을 전달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아주대 선수들과 팬들의 사진 촬영 시간도 있었다. 팬들에게 초점을 맞춘 경기 운영이다.
이런 노력들이 하나로 합쳐져 대학축구에서 유례없는 관중 동원을 일궈냈고, 아주대의 가치 있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아주대 브랜드를 즐기기 위해 이날 변석화 한국대학축구연맹 회장, 조덕제 대한축구협회 경기위원장, 송경섭 강원 FC 감독, K리그 레전드 김병지, 현영민 등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는 지원을 하고 감독과 선수들은 관중들을 위한 경기를 한다. 성적에 급급하지 않는다. 홈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재미있는 경기력에 집중을 한다.
하석주 아주대 감독은 "홈 개막전에서 동국대 감독과 수비축구를 하지 말자고 약속을 했다. 많은 팬들 앞에서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성적에 급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주대가 동국대에 0-1로 졌지만, 아주대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투혼을 발휘했다. 다음에 더 좋은 모습으로 홈 팬들을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하 감독은 아주대 브랜드를 향한 자긍심을 드러냈다. 하 감독은 "아주대가 대학축구 문화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아주대는 대학축구의 성지가 됐다"며 "많은 지원을 해준 학교에 감사한다. 또 프런트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모두의 노력으로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더 많은 대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정착시키고 싶다. 다른 대학들도 이런 노력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장을 찾은 김병지 역시 감탄사를 내질렀다. 그는 "이런 문화는 정말 다른 학교도 본받아야 한다. 이런 문화가 퍼저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경기장 분위기가 정말 좋다. 대학축구의 활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아주대의 많은 노력이 보인다. 아주대 홈 경기를 빠지지 않고 찾는 이유다"고 말했다.
아주대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주대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아주대 한 관계자는 "2000명 돌파는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아주대는 더 큰 목표를 향해 갈 것이다. 일단 홈 관중 5000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을 달성하면 더 큰 목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