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데뷔 62년차를 맞은 국민배우 이순재(83)는 '그대를 사랑합니다(추창민 감독)' 이후 7년만에 스크린 주연작으로 '덕구(방수인 감독)'를 택했다.
어느덧 80대의 나이를 넘겼고, 60년째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순재다. 인터뷰를 통해 후배들을 향한 일침과 소신 발언이 대단했다. 정작 이순재는 후폭풍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며 "현장에서야 공공의 작업이니까 최대한 직설적인 이야기를 안 하려는 것이지 그 외는 상관없다"고 단언했다. 간만에 속시원한 인터뷰가 터졌다.
- 많은 배우들이 빨리 나이들고 싶다'는 말을 한다. 젊음이 부러울 때도 있고, 늙음이 나을 때도 있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나이보다 중요한건 실력이다. 조기에 빛을 보는 경우가 있고 늦게 빛을 보는 친구도 있다. 지금 정상에 있는 톱스타들은 대부분 조기에 빛을 봤다. '겨울연가' 하나 갖고 끝난 사람도 있지 않나. '태왕사신기'는 전혀 안 맞는 역할이더라.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 하나 갖고 떴다. 꾸준히 제대로 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병헌은 내실을 다져 나이 먹을수록 잘하더라. 최민식·송강호는 알맹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한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지만 결국 실력있는 배우가 되면 여유있게 살 수 있다."
- 촌철살인 멘트에 대한 걱정은 없나. "그런 건 없다. 다만 현장에서는 직설적인 이야기를 잘 안 한다. 공공의 작업이니까. 그러나 원칙에 어긋나는 일에 대해선 '잘못됐다'고 한 마디 하는 정도다. '베토벤 바이러스' 때 한 어린 배우는 맨날 늦었다. 그 배우 한명의 문제라기 보다 에워싸는 주변 사람들이 더 문제다. 근데 나중에 대단히 유명해졌더라. 곧 드라마도 하더라."
- 최근 미투(Me Too) 운동에 대한 소신발언도 했다. "제왕적 위치가 폐단을 일으켰다. 이 난리가 났는데 다시 그런 짓들을 하겠나. 40~50년 전에는 관행이었다. 법률적으로 이해하지도 않고 '귀여워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시스템 자체가 그랬다. 극단이 지방을 돌아다니니까 별일이 다 있었는데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상하 관계는 더 이상 종속적 관계가 아니다. 반드시 걸러져야 할 사회적 이슈다. 전 분야가 경각심을 갖고,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사회 정화의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 이순재에게 연기란 무엇인가. "62년쨰 연기를 하고 있지만 연기는 완성이 없고 끝이 없다. 대중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한다. 잘한다는 배우도 그게 끝은 아니다. 신구와 연극을 같이 하고 있는데 작품을 해석하는 방향이 다르다. 그런 것처럼 연기란 정답이 없다. 배우도 작품만큼 하는 배우가 있고 작품만큼 못하는 배우가 있다. 끊임없이 창조의 의지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 역시 만족할 때도 있고 스스로 불만족 할 때가 있다. 더러 악평이 나오기도 하지만 늘 만족스러운 연기를 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