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이창동 감독)'이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기 한 달 전부터 영화제 일정에 맞춰 홍보에 돌입했다. 칸 진출을 향한 자신감이 내포된 홍보 전략이다.
그간 베일에 싸여 있었던 '버닝'은 지난 5일 티저 포스터 공개를 시작했다. 영화제 개막 2주 전인 4월 넷째 주 제작보고회를 진행한 뒤 칸에서 영화를 첫 공개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칸 개막일은 5월 8일로 초청작은 오는 12일 정식 발표된다.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당연히 초청되지 않겠나' 하는 자신감이 이 같은 홍보 전략으로 이어졌다.
스티븐 연 내한 일정도 일찌감치 확정했다. 제작발표회가 예정된 시기에 내한, 일정을 소화한다. 스티븐 연이 국내 개봉 일정에도 참여할지는 미정이나, 이창동 감독·유아인·전종서·스티븐 연의 프랑스행은 내부적으로는 이미 '정해진 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제69회 칸영화제에 초청됐던 '아가씨(박찬욱 감독)'를 떠올리게 한다. '아가씨'는 칸 초청 발표와 영화제 직전 제작보고회, 칸에서의 화려한 첫 공개, 금의환향한 뒤 국내 개봉으로 이뤄진 코스를 거쳤다. 거장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기에 영화제 일정에 맞춘 스케줄대로 홍보 일정이 진행됐다. '버닝' 역시 2년 전 '아가씨'와 같은 행보를 보여 주고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 아니다. '버닝'은 배우들과 체결한 계약서에서부터 칸영화제 일정을 명시했다. 촬영 단계에서 칸 사무국과 커뮤니케이션이 오가기도 했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점에서 칸이 일찌감치 점찍어 놓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버닝' 측은 "이창동 감독이 항상 5월 영화를 선보였고 칸에 자주 초청됐기에 그런 그림이 그려지는 듯하지만, 칸을 의식하고 세운 계획은 아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영화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한 관계자는 "크랭크인 시기와 크랭크업 시기까지 영화제 출품에 맞췄다. 칸을 위한 영화라는 수식어가 크랭크인 전부터 붙었다"면서 "국제 영화제들도 다른 영화제에 기대작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경쟁한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이니 칸이 먼저 선점하려 했을 것이다"고 전했다.
'버닝'은 유통 회사 아르바이트생 유아인(종수)이 어릴 적 동네 친구 전종서(해미)를 만나고, 전종서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스티븐 연(벤)을 소개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다. 5월 중 국내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