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전쟁이다. 누가 수상해도 이견이 없다는 제54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그만큼 치열하다.
'미스티'로 6년 만에 컴백해 홈런을 친 김남주와 '품위있는 그녀'로 각각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김선아·김희선이 있다, 신인 딱지를 뗀 지 얼마 안 된 신혜선은 절정의 연기를 보여 줘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마더'에서 절절 끓는 모성애를 보여 준 이보영까지. 누구 한 명을 고르기가 힘들 정도로 이들의 지난 1년 동안 활약은 대단했다.
백상예술대상은 오는 5월 3일 오후 9시30분 서울 코엑스 D홀에서 개최된다. JTBC PLUS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며 JTBC와 JTBC2에서 생방송된다.(소개는 가나다 순)
김남주(JTBC '미스티')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렸다.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MBC·KBS 연기대상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리고 6년간의 공백. 더욱 독하게 돌아왔다.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자 날카롭고 빈틈 없는 고혜란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7㎏ 감량은 물론이고 자세와 걸음걸이까지 교정했다. 겉모습은 물론이고 진짜 앵커를 보는 듯한 정확하고 완벽한 발성과 목소리는 드라마의 몰입감을 높였다. 참고 견디기만 하는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닌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찾고 채워 가는 새로운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함과 함께 묘한 쾌감까지 줬다. 기존 김남주의 캐릭터와 달랐다. 드라마 후반에 내용이 삐끗하며 일부 시청자들에게 모진 소리를 들었지만 김남주의 연기는 좋았다. 끝까지 시청자들을 붙들어 놓은 것도 김남주 연기의 힘이다.
김선아(JTBC '품위있는 그녀')
흔히 말하는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았다. 2005년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대상을 포함해 다관왕을 했기에 '김삼순' 이미지를 지우는 게 녹록지 않았다. 이후 다른 작품에서도 활약했고 성공적인 흥행을 이끌었음에도 '김삼순'의 잔향은 오래갔다. '품위있는 그녀' 속 박복자는 곧 김선아였다. 사실 여배우라면 선뜻 내키지 않을 수 있는 캐릭터지만 120%를 소화해 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뽀글뽀글한 헤어스타일. 겉으론 순박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내는 아주 살벌하고 욕망으로 똘똘 뭉친 여인을 연기했다. 이중생활을 하는 박복자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소름 이상의 전율을 느끼게 했다. '역시 김선아'라는 호평과 함께 '김삼순'을 지우고 '박복자'로 넘어갔다.
김희선(JTBC '품위있는 그녀')
너무 예쁜 외모가 독이었지만 '품위있는 그녀' 속 김희선은 시너지 폭발이었다. 백미경 작가가 처음부터 김희선을 두고 우아진을 썼다고 밝힌 것처럼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우아하고 품위 넘치는 재벌가 며느리로 완벽하게 빙의해 높은 싱크로율로 시선을 압도했다. 무개념 남편을 물심양면으로 내조하고 괴팍한 시아버지를 모시는 효심 가득한 며느리며 딸 교육엔 열성을 다하는 엄마로서 쉽지 않은 감정선을 다 소화했다. "결혼하고 내가 처한 상황과 비슷한 우아진이라는 캐릭터를 만났다"는 본인의 말처럼 한껏 성숙한 연기력으로 흔들림 없이 극을 이끌어 나갔다. 김희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트렌드세터. 40대 여배우의 나이에 딱 맞는 '우아진룩'을 탄생시켰고 연일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신혜선(KBS 2TV '황금빛 내 인생')
네 명의 후보에 비하면 이제 발을 내디뎠지만 그만큼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황금빛 내 인생' 이전에는 신혜선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렇다고 어디서 뚝 떨어진 반짝 스타도 아니다. '학교 2013' 오디션에 합격하며 데뷔했고 tvN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MBC '그녀는 예뻤다' 2016년 SBS '푸른 바다의 전설'과 KBS 2TV '아이가 다섯'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황금빛 내 인생'. 드라마 초반에는 승부 근성이 있고 장난기 많은 유쾌한 성격으로, 중반부 들어서는 비밀이 속속 밝혀지며 격한 감정선을 표현했다. 한 장면을 위해 무려 3시간 동안 촬영을 이어 가는 등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이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게 만들었다. 후보에 그치지 않고 백상의 신데렐라로 거듭날지 기대된다.
이보영(tvN '마더')
엄마라서 더 쉽지 않은 연기였지만 이보영은 달랐다. 엄마로 성장해 가는 수진을 훌륭하게 표현했고 묵직한 진정성이 담긴 모성애는 시청자들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처절한 모성애로 매회 안방극장을 울렸고 진짜 엄마가 되기 위한 여정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그의 진정성이 시청자를 울릴 수 있었던 건 한 아이의 진짜 엄마기 때문. 실제 엄마만이 소화해 낼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실제 엄마라서 더 깊은 감정선이 나온 건 사실이다. 섬세한 감정 연기는 시청자들을 감탄하게 했고 진짜 모성애가 무엇인지 연기로 증명했다. 2013년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지 꼬박 5년. 다시 한 번 수상을 노리는 이보영에게 누구도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