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호는 1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 긴급 투입됐다. 선발투수 송승준이 2회초 1사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자 제대로된 준비 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한 때 선발 자원으로 기대받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상대한 11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롯데 선발진의 경기당 투구 이닝은 4⅔이다. 진명호 덕분에 실점 없이 5회를 넘겼다. 타선이 4-6회 공격에서 12득점을 지원하며 셧아웃 승리를 했다.진명호도 2012년 8월 21일 이후 삼성전 이후 2060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진명호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기대주다. 입단 2년 차던 2010년 4월 25일 SK전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렀고, 통산 72경기에서 아홉 번 선발로 나섰다. 이닝 소화 능력을 갖췄다. 그동안은 부상과 군 복무로 1군 무대에서의 활약이 미미했지만 올 시즌은 불펜진 한 축으로 올라섰다.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롯데 불펜진 가운데서도 안정감을 보여줬다. 이날 승리의 주역까지 됐다.
경기 뒤 만난 진명호는 갑자기 마운드에 오른 상황에 대해선 "원래 몸을 빨리 푸는 편이라 큰 무리를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오랜 만에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더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기 보다는 코치님의 주문대로 하려고만 했다. 솔직히 힘이 들었다"며 웃어 보였다.
수훈 선수가 된 공을 포수 김사훈에게 돌렸다. "한 번도 고개를 흔들지 않았다"고 했다. 4회 2사 뒤 상대한 김하성, 5회 선두 타자 박병호와의 승부에선 풀카운트에서 삼진을 잡았다. 허를 찌르는 슬라이더를 가운데로 던졌다. 이 또한 김사훈의 주문이라는 것. 그래도 유독 잘 긁힌 날이었다. 포수의 미트로 정확히 빨려 들어갔다.
2060일 만에 승리다. 진명호는 "개인의 승수보다는 팀 승리, 특히 연승에 기여해 기쁘다"고 했다. "향후 활용폭이 넓어질 수 있겠다"는 질문에는 "어깨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코치님들은 한 시즌을 건강히 보내는데 주력하라고 하신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한다"고 했다.
맥가이버 헤어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잊혀진 1라운더가 강렬한 인상 덕분에 회자됐다. 진명호는 "18개월 아들이 윗머리는 가늘고 숱이 없다. 뒷머리만 긴데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싶어서 했다"며 웃었다. 부상과 군 복무 공백으로 1군에서 잊혀졌던 투수. 아버지의 이름으로 공을 던진다. 롯데도 모처럼 공수가 조화를 이르며 반등 발판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