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애가 13년 동안 '얼굴'로 활약했던 일본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SK-ll와 결별했다.
SK-ll 관계자는 12일 "김희애씨와는 올해부터 함께하지 않기로 했다"며 모델 계약 종료를 공식 확인했다. 더 나아가 SK-ll가 '엠버서더' 형식으로 1년 단발 계약을 맺은 소녀시대 멤버 수영을 제외하고 한국인 모델을 메인으로 기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인정했다.
SK-ll의 국내 성공은 모델 김희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SK-ll는 지난 2000년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P&G를 통해 국내에 수입된 일본 화장품 브랜드다. 당시 SK-ll는 일본 양조장에서 일하던 주조사의 손이 발효액에 포함된 '피테라'라는 성분으로 아기처럼 부드러웠다는 점에서 시작된 브랜드 히스토리를 강조하며 글로벌 뷰티 시장에 승부를 걸고 있었다.
이에더해 SK-ll는 뷰티에 민감하고 아시아 내에서 큰 시장을 형성한 한국에 상륙하면서 2004년 부터 김희애를 메인 얼굴로 내세우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적중했다. 한국 여성들은 김희애 특유의 지적인 매력과 40대 같지 않은 고운 피부를 보며 SK-ll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김희애가 SK-ll를 앞에 두고 속삭였던 "놓치지 않을거에요"라는 멘트는 광고계에서도 성공 사례로 꼽힐 정도로 대중에 큰 인기를 끌었다. 고가 '프레스티지(prestige) 전략'을 쓰며 대표 제품인 '피테라 에센스'를 19만원 상당에 팔았지만 국내 백화점과 면세점 판매 1위는 SK-ll의 몫이었다.
막대한 수익도 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SK-ll는 2005년 상반기 34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 상반기에는 400억원 어치를 팔아 치우며 연 10%의 성장을 기록했다. 2015년 SK-ll는 연 매출 1조900억원을 올리며 P&G의 주력 브랜드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SK-ll를 13년 동안 한결같이 홍보해 온 김희애가 있었다.
잘 나가던 SK-ll는 방사능 이슈에 주춤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뷰티업계에 'P&G가 SK-ll를 매각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때와 비슷한 시기다. 판매 1위 자리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LG생활건강의 '후'에 내줬다.
변화를 모색하던 SK-ll는 13년 간 얼굴로 내세웠던 김희애와 지난해를 끝으로 결별을 택했다. 또한 한국 메인 모델을 기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재 SK-ll의 공식 홍보대사는 일본 배우 겸 모델인 아야세 하루카와 모모이 가오리, 중국 배우 겸 모델 탕웨이와 니니다. 한국인인 김태용 감독과 2014년 결혼한 탕웨이가 사실상 국내 홍보를 맡을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TV 광고에 나서고 있는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수영은 1년 단기 계약을 맺은 엠버서더 신분으로 메인 모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