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영웅들이 한국을 방문, 성공적인 한국 시찰을 마쳤다. 신기루처럼 느껴질 정도로 열광적인 만남이었다.
지난 11일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월드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베네딕트 컴버배치·톰 히들스턴·톰 홀랜드·폼 클레멘티에프는 12일 오전 공식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약 12시간동안 각종 내한 행사 스케줄을 소화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폼 클레멘티에프는 첫 방한이었고, 톰 히들스턴은 '토르: 다크 월드' 이후 5년만이다. 막둥이 톰 홀랜드는 지난해 '스파이더 맨: 홈커밍' 개봉 당시 한국을 방문, 약 9개월 만에 다시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네 배우는 1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톰 히들스턴은 이른 아침 입국에도 줄을 지어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사인과 셀카·악수로 보답했다. 영국 드라마 '셜록' 시리즈로 이미 많은 한국 팬을 보유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남다른 예의를 보였고, 히어로 막내 톰 홀랜드는 발랄했다. 한국계 프랑스 배우인 폼 클레멘티에프는 영화 속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이튿날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폼 클레멘티에프는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한 소감에 대해 "난 어머니가 한국 분이다. 어렸을 때 휴가차 몇 번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너무 어랠 때가 기억이 안 난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방문하게 돼 기쁘다"고 인사했고,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 신난다. 공항에 많은 팬들이 왔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감사했고 또 겸허했다"고 말했다.
5년만에 한국에 재방문한 톰 히들스턴은 "안녕하세요. 로키가 돌아왔어요"라며 역대급 한국어 인사를 남겨 취재진을 환호케 했다. 톰 히들스턴은 "한국에 두번째로 온다. 다시 한번 여러 분들을 만나게 돼 좋다"고 진심을 표했다. 9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톰 홀랜드 역시 "한국에 두번째 오는 셈이다. 데자뷰 현상을 겪고 있다. 팬분들의 뜨거운 환대는 언제까지고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에는 국내 인플루언서들과의 깜짝 만남, 영화·연예프로그램 인터뷰를 줄줄이 진행했다. 오후 6시에는 네이버 무비토크 라이브를 통해 온라인 상에서 수 많은 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짧지만 4인4색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6시40분. 코엑스 동측광장에서 펼쳐진 야외 레드카펫 행사는 약 7500명의 팬들이 운집하며 역대급 열기를 완성했다. 70여 분간 진행된 레드카펫에서 네 배우는 완벽한 팬서비스와 매너로 팬들과 호흡했다. 레드카펫을 걷는 시간이 길어 특별한 대화없이 한 마디씩 인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지만, 로키 톰 홀랜드의 "사랑해" 한 마디는 아쉬움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팬들의 마음을 뒤 흔들었다.
공식행사는 12일로 마무리 지어졌지만 히어로즈는 곧바로 한국을 떠나지 않는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13일 개인적인 시간이 주어질 것 같다. 한국을 직접 걸어보고 싶고, 절·궁 등 멋진 곳도 가보고 싶다"며 관광에 대한 들뜬 마음을 표한 바 있다. 때문에 서울 곳곳에서 발견될 수 있는 영웅들이다. 뭐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새로운 조합의 어벤져스와 역대 최강 빌런 타노스의 무한 대결을 그린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포스터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만 22명에 이르는 사상 최고의 캐스팅을 자랑, 최초 전면 IMAX 촬영 등 역대급 스케일로 관객들을 맞이할 전망이다. 25일 국내 개봉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베네딕트 컴버배치 영국 드라마 '셜록' 시리즈로 이미 많은 한국 팬을 보유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공항에서 받은 뜨거운 환대에 대해 "13시간 비행해 한국에 도착했다. 난 이번 기회를 빌어 사과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공항에 많은 팬들이 왔는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셨을까' 싶더라. 따뜻한 환대 속에 '셜록', '닥터 스트레인지' 등 작품을 다 봤다는 말을 듣게 되니 감사했고 겸허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 팬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열성적이고 충성도가 높은 팬들이다. 대표작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정을 나와 같이 밟아주신 것 같다. 심지어 영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 작품을 봐 주시는 분들도 있다"며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후발주자로 마블 영화에 합류했다. "마블은 마블만의 매력이 있다"고 강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올해 마블이 10주년을 맞이했고 그간 수 많은 히어로들 이 참여했다. 그들의 인생들이 스크린 내에서 밖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성공하고 있다. 각본, 연출, 캐릭터의 깊이, 특수효과까지 모든 것이 환상적이다. 모험적인 영화인 만큼 나에게도 모험이었다. 마블을 만난 것은 내게 축복이다"고 진심을 표했다.
물론 코스튬 등 처음부터 닥터 스트레인지에 완벽히 적응한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농담삼아 불평·불만을 중얼중얼거리기도 했다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망토가 무겁다.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 피팅을 했을 땐 '아…' 하면서 그저 웃었다"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내더니 "근데 어느 순간 '내가 진짜 슈퍼 히어로가 되는구나' 싶더라. 38살, 39살 때였는데 지금은 기분좋은 추억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키' 톰 히들스턴 섹시한 악역 톰 히들스턴은 원조 마블 히어로로 약 9년간 함께 하고 있다. 한국 방문은 세 번째. 5년만의 재방문이지만 첫 방한 배우들과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전매특허 젠틀미소는 물론, "토르가 돌아왔어요", "사랑해" 등 명확한 발음을 자랑한 한국어 인사는 톰 히들스턴이 왜 매력적인 배우로 큰 사랑을 받는지 새삼 깨닫게 만들었다.
톰 히들스턴은 간담회에서 "어떤 히어로가 가장 히어로 다운 것 같냐"는 질문에 "일단 나는 아니다. 절대로 나는 아니다"고 답해 좌종을 폭소케 했다.
그는 "마블 히어로 참여와 로키라는 캐릭터는 내 평생 특권이라 생각한다. 그 자체가 큰 영광이었다. 8~9년째 참여하고 있다. 로키로 처음 캐스팅이 됐을 때, 첫번째 '아이언맨'이 막 만들어졌다. '이 사람들(제작자) 상상력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다"며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스파이더 맨' 톰 홀랜드 막둥이 톰 홀랜드는 스파이더 맨처럼 발랄한 성격을 자랑했다. SNS를 통해 두번째 한국 방문에 대한 설레임을 보였고, 한국에 방문한 후에도 시종일관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호기심 많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성격은 스파이더 맨과 꼭 닮아 있다.
이 같은 성격은 평소에도 종종 사고 아닌 사고를 부르면서 마블이 예의주시하는 '스포일러 대마왕'의 이미지를 갖추게 됐다. 이에 대해 톰 홀랜드는 "사실이다. 완전 사실이다. 마블 측에서 비상사태 때는 마이크를 꺼 버리려고 한다. 스포일러와 관련해서는 실수를 인정한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겠다"고 스스로와 다짐했다.
이와 함께 톰 홀랜드는 진짜 '어벤져스' 일원으로 활약하게 된 것을 언급하며 "'어벤져스1'이 처음 나왔을 때 영화관 가장 앞줄에 앉아 봤던 팬이다. 이러한 영화들은 내 인생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지금은 내 얼굴이 마블 포스터에 있고 어벤져스 일원이라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벅찬 심경을 고스란히 표출했다. '맨티스' 폼 클레멘티에프 한국계 프랑스 배우인 폼 클레멘티에프는 이번 내한 일정 중 누구보다 많은 주목을 받은 배우다.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봄'과 '범(호랑이)'을 합쳐 '폼'이라는 이름이 탄생했을 만큼 폼 클레멘티에프 역시 한국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여러 번 내비쳤다.
따뜻한 봄날 한국을 찾은 폼 클레멘티에프는 "너무 감격적인 순간이지만 울지는 않을 것이다. 울고 싶지는 않다. 그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감동이다"며 "어린시절 휴가 차 한국에 몇 번 왔었다고 들었는데 너무 어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한국을 눈에 많이 담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폼 클레멘티에프 역시 '어벤져스' 출연은 의미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된 행보다. 수 년 전부터 팬의 한 사람으로 관람했던 영화에 일원으로 합류한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인 것. 폼 클레멘티에프는 "'내가 정말 이 대단한 분들과 연기를 하는건가' 싶었다. 꿈이 현실이 됐다. 운이 좋았다"고 겸손을 표했다.
폼 클레멘티에프가 마블 히어로로 등장하자마자 이목을 집중시킨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비주얼이다. 맨티스의 전매특허 안테나는 시선을 떼려야 뗼 수 없게 만든다. "분장이 아주 편하지는 않다. 눈 전체를 덮는 콘텍트렌즈를 껴야 하기 때문에 폐쇄공포증도 느낀다. 코르셋으로 몸을 꽉 조여 17세기에 살고 있는 것 같을 때도 있다"고 털어놓은 폼 클레멘티에프는 "하지만 그것들 말고는 괜찮다. 다 괜찮다. 내가 출연을 못하게 되더라도 영화에서는 꼭 보고싶은 캐릭터였다. 그만큼 신선하고 매력적이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박세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