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트립'은 원조 여행 설계 예능이다. 토요일 오후에 조용하지만 강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그렇게 2년을 버텼다. 비결은 뭘까.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는 KBS 2TV 예능 '배틀트립'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손지원 PD가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최근 2년 간 각종 여행 예능이 생겼다가 없어지길 반복했다. 그럼에도 '배틀트립'은 2년 동안 꾸준히 여행 예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손 PD는 "2년 동안 여행 예능이 많이 생겼다가 없어졌다. 그거에 비하면 잘 버텨왔다고 생각한다"며 "여태 예능과 다르게 시청자들이 가보고 SNS에 평가를 내리고 인증을 하는 데서 힘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단순 시청에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가봤더니' 등의 적극적인 액션 형태로 이뤄져서 뒷심을 발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 PD가 말하는 '배틀트립'의 차별화는 기획 단계부터 바뀌지 않았던 가치다. 가성비 좋은 여행지, 가격정보를 그대로 주고 시청자들이 따라하기에 무리 없는 여행지를 소개시켜준다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 손 PD는 "사실 연말과 올해를 거치면서 변화에 대한 고민을 했다. 최근 방송을 봤다면 부부 여행 때 두 부부를 분리해서 따로 토크하는 형식으로 진행을 했다. 형식적인 부분에서 테스트 해본 파일럿이었다. 단순 여행 정보를 벗어나서 관계 중심으로 여행을 뜯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싸우는 일이 실제 여행에서 비일비재 하지 않나"라며 "관계의 형성을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 라는 내부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여행을 많이 다니는 분들은 구글링 또는 남들이 다 가는 곳을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현지에 거주하는 연예인들을 면밀히 검토해보다가 염경환 씨가 베트남에 계셔서 하노이로 게스트들을 보내서 즐기는 형태로 진행했다"며 "정보의 깊이나 디테일 면에서 더 다양한 걸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여행 설계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틀트립'은 아이돌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꼽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들의 리얼한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 이에 최근 워너원이 촬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에 손 PD는 "국내 촬영은 끝났다. 아마 4월 마지막 주에 편집을 해서 본편 여행지는 어린이날에 방송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워너원에서 20세인 박우진과 박지훈의 풋풋함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봄이고 성년의 날이기도 해서 풋풋한 느낌을 보여주드리기 위해 기획했다. 진주와 하동을 다녀왔다. 촬영 하는 건지 놀러 가는 건지 귀엽게 꽁냥꽁냥하더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손 PD는 '배틀트립'은 아이돌 팬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이돌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나와서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는 분들을 선호한다. 아이돌 팬들이 좋아하는 건 알지만, 기획 의도는 아이돌이 중점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여행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손 PD는 고민이 깊어졌다. 그는 "2년 전에는 여행 프로그램이 많이 없어서 나름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행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할 수 있는 게 많이 막혔다. 그래서 여전히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다행히 프로그램을 더 할 수 있겠다고 보는 긍정적인 사인은 연예인들이 직접 연락오는 경우가 잦다. 예능에 자주 나오지 않는 분들도 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온다. 그분들과 함께 하면 한 텀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앞으로 '배틀트립'의 지속성에 대해 답했다.
'배틀트립'은 지난 2년간 92명의 여행 설계자들과 28개국, 78개의 도시를 여행하며 안방 극장에 즐거움을 안겨 주는 것은 기본, 스타들이 직접 설계하고 경험한 알찬 여행 꿀팁으로 보는 이들의 여행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이미현 기자 lee.mihyun@jtbc.co.kr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