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17·휘문고)이 또 한 뼘 성장했다. 차준환은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인공지능 LG ThinQ 아이스 판타지아 2018(이하 아이스 판타지아)' 마지막 공연을 마치며 생애 첫 아이스쇼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이번 아이스 판타지아는 차준환의 기념비적인 아이스쇼 데뷔 무대다. 갈라쇼를 해본 적은 있지만 아이스쇼 경험은 없는데다, 사실상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던 차준환은 자신의 말대로 부담보다 큰 행복 속에서 무대를 100% 만끽했다.
차준환은 1부 무대에서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일 포스티노'를 들고 나왔다. 차준환에게 의미가 깊은 프로그램이다. 올해 2월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이 프로그램으로 한국 남자 싱글 사상 역대 올림픽 최고 순위인 15위를 확정지었다. 남자 싱글의 '유망주' 정도로 손꼽히던 그가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당당히 새 역사를 쓴 순간 함께 했던 음악이 바로 이 '일 포스티노'였다.
물론 컴페티션(경기)이 아닌 만큼 점프 몇 개를 생략하고 쿼드러플 점프도 뺐다. 하지만 음악에 맞춰 우아하게 은반 위를 미끄러지는 차준환의 몸짓에 목동을 찾은 3000 여 관객은 숨죽여 집중했다. 약간 긴장한 기색이 엿보였던 첫날 공연과 달리, 마지막날엔 표정에서도 여유가 내비쳤다. 평창을 위해 수백 번 수천 번, 그 이상을 연습했을 '일 포스티노'를 실수 없이 마무리한 차준환은 관객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전했다. 평창서 이룬 성장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2부 오프닝에선 자신의 나이에 걸맞은 발랄한 무대를 선보였다. 진보양(21·중국) 빈센트 저우(18·미국) 미샤 지(27·우즈베키스탄) 알렉산더 겜린(25·미국) 그리고 김진서(22·한국체대)와 함께 2부의 문을 연 차준환은 방탄소년단의 'DNA'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어 2부 마지막 무대에선 자신의 새로운 프로그램인 숀 멘데스의 '데어스 나싱 홀딩 미 백(There's Nothing Holdin' Me Back)'으로 또 한 번 변신을 선보였다. 지금까지 차준환이 보여줬던 연기와 또다른 역동적인 모습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앳된 얼굴의 '피겨 소년'이 한 뼘 더 성장해 매력적인 청년으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아이스쇼를 준비한 브라보앤뉴 관계자는 "차준환은 아직 세계 정상급이라 할 수 없는 유망주 선수다. 그러다보니 차준환이 중심이 된 아이스쇼를 개최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호평 속에 아이스쇼가 잘 마무리됐고, 다양성이나 새로운 가능성 면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차준환 본인도 "아이스쇼를 준비하면서 표현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라며 "이번 아이스쇼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이 4년 뒤 열리는 베이징겨울올림픽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브라보앤뉴 측은 추후로도 꾸준히 아이스쇼를 개최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