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개편을 시행한지 14개월만에 사재기 논란이 불거졌다. 2015년 음원사이트 멜론의 유령 아이디 적발 이후 두 번째 직접적 사례가 공개됐다. 불법 사재기가 성행하고 있으나 멜론은 확실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6일 멜론은 "카카오 계정으로 멜론에 접속한 후 불법으로 얻은 아이핀으로 본인인증을 받아 이용권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면서 "아이핀 인증 아이디에 대한 이용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 매체는 1억원에 1만개 아이디로 원하는 음원의 스트리밍 수를 늘려 차트 순위를 급상승시킨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며 멜론 로고가 찍힌 영상 캡쳐를 공개했다. 내용에는 "1개의 메인 휴대폰이나 PC를 이용해 30~50여개의 아이디를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불법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차트 조작이 일어나며, 200~300여 대의 기기로 1만개의 아이디를 제어할 수 있다. 아이디는 불법으로 얻은 아이피 인증절차를 거친 것"이라는 설명이다.
멜론은 적발된 불법 아이핀 도용 사례에 대한 대응 방침만 밝히고 있다. 아이핀은 국가에서 관할하기 때문에 멜론의 잘못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일관하는 셈이다. 멜론 관계자는 "아이핀은 내부에서 가릴 수 없는 부분이라서 전체 아이핀 인증 아이디를 차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트 왜곡의 주범으로 꼽히는 실시간차트나 5분 그래프에 대한 입장은 없었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멜론부터 해서 각종 음원사이트들이 선두에서 실시간 차트를 없애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 사재기 근절은 어렵다. 5분마다 순위 그래프를 보여주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그룹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팬들이 더 열심히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오히려 이걸 자제해야 되는 상황에서 음원사이트들이 더 계속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멜론은 2009년부터 실시간 차트를 운영했고 2014년 5분 그래프를 도입했다. 발매 직후 차트 진입 여부는 인기의 척도가 됐고 실시간 차트는 아이돌 그룹 팬덤간 경쟁을 24시간 부추기는 수단이 됐다. 특히 5분 그래프는 다른 가수들을 얼마나 앞서고 있는지 즉각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법 사재기업자뿐만 아니라 팬덤들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멜론은 "컨텐츠 이용 데이터(실시간 그래프)는 이용자가 만든 자료다. 객관적인 수치기 때문에 이용자를 위해 서비스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한 논의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대중의 입장은 다르다. 사용자들은 "실시간그래프나 5분차트로 인한 차트 왜곡이 심각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폐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