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016년부터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라팍의 모습. 라팍은 홈런이 많이 나오는 타자 친화적 구장이지만 삼성은 거포 부족으로 홈구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IS 포토 삼성이 홈구장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
삼성의 홈구장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이하 라팍)는 KBO리그 내 대표적 타자 친화적 구장이다. 지난해 경기당 2.86개의 홈런이 나왔다. SK가 사용하는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 이어 리그 2위(제2홈구장 제외). 가장 적은 홈런이 나온 잠실구장과 비교했을 땐 경기당 1.45개가 더 많다. 개장 첫 시즌이었던 2016년(경기당 홈런 2.45개)과 비교했을 때 0.41개가 늘어난 수치. 올 시즌에도 첫 12경기에서 홈런 28개가 터졌다. 경기당 2.33개다. 최근 3년 동안의 분포를 봤을 때 경기당 최소 2개 이상의 홈런이 만들어지고 있다.
구장이 크지 않다. 좌우가 99.5m, 센터가 122.5m다. 펜스 높이가 3.2m로 잠실구장(2.6m)보다 높지만 타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적다. 구장의 형태가 팔각형이라 외야 펜스가 곡선이 아닌 직선이다. 그러다보니 좌중간과 우중간이 특히 짧다. 여기에 바람까지 많이 분다. 홈에서 외야로 바람이 향할 땐 투수들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관건은 홈런 점유율이다. 홈런 3개가 나오더라도 홈팀이 2개를 친다면 걱정이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 콜로라도가 좋은 예다.
콜로라도의 홈구장은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필드다. 해발고도 1610m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타구의 공기저항이 적어 통계상 일반적인 야구장과 비교했을 때 외야 뜬공의 비거리가 약 9% 정도 더 늘어난다. 그만큼 타자 친화적이다. 2007년 콜로라도는 홈구장의 이점(홈 승률 0.622·원정 승률 0.481)을 확실하게 살려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그해 정규시즌 쿠어스필드에서 나온 홈런 185개 중 55.7%(130개)을 홈 타자들이 챙겼다. 마운드의 안정과 함께 쿠어스필드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삼성은 그 반대다. 지난해 라팍에서 나온 홈런 189개 중 홈 점유율은 38.6%(73개)에 불과하다. 홈런 100개 중 삼성 타자들이 라팍에서 친 건 40개가 안 됐다는 의미다. 원정에서 온 타자들이 더 큰 재미를 봤다. 올 시즌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30일까지 라팍에서 치러진 12경기에서 삼성 타자들이 친 홈런(11개)보다 원정 타자들이 기록한 홈런(17개)이 더 많다. 이마저도 분포가 고르지 않다. 타자 4명(강민호·러프·이원석·김상수)이 라팍 홈런의 100%을 책임지고 있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강타자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최근 몇 년 동안 팀의 중심이었던 박석민(NC) 채태인(롯데) 최형우(KIA)가 FA나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지난 시즌 뒤 이승엽까지 은퇴하면서 타선이 한층 헐거워졌다. 2016년 겨울 이원석, 2017년 겨울 강민호를 FA로 수혈한 상태. 그러나 이원석은 한 시즌 최다 홈런이 18개, 2005년 1군 데뷔 후 두 자릿수 홈런을 두 번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홈런보다 안타가 익숙한 유형이다. 강민호는 2015년 35홈런을 때려낸 '공격형 포수'지만 포지션 특성상 수비 부담을 항상 안고 있다.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에 쏠리는 부담이 크다.
지명타자도 꼬였다.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는 공격이 가장 뛰어난 타자가 들어가는 게 이상적이다. 그러나 삼성은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지명타자 장타율이 0.330으로 최하위다. 이 부문 1위 SK(0.661)과 3푼 이상 차이가 난다. 리그 평균인 0.463보다도 1할 이상이 떨어진다. 올 시즌 31경기를 치르는 동안 지명타자가 홈런을 때려내지 못한 유일한 구단이 삼성이다. 최근 지명타자로 투입한 손주인·배영섭·이성곤 등은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거포와는 거리가 있다. 그만큼 상대 투수가 느끼는 위압감이 떨어진다.
지난 26일 대구 NC전에선 2-5로 뒤진 9회 무사 3루 찬스에서 대타로 강한울이 나왔다. 강한울은 번트를 비롯한 작전에 능하지만 장타력(통산 장타율 0.316)이 떨어진다. 9회 2실점하며 추격을 허용한 NC 마무리 이민호가 느끼는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다. 결과도 삼진이었다.
타선 꾸리기가 쉽지 않은 김한수 삼성 감독. 김한수 감독은 러프에게 1루와 지명타자를 번갈아 가면서 맡길 계획이었지만, 뜻대로 시즌이 풀리지 않고 있다. 삼성 제공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좋은 예는 SK다. SK는 2015년 안팎부터 강타자를 수집했다. 구단 내부 회의에서 파크팩터에 대한 논의가 나왔고, 홈구장에 대한 이점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2015년 7월 트레이드로 정의윤, 그해 8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동엽, 12월 정상호의 FA 보상선수로 최승준을 차례로 영입했다.
SK 관계자는 "그때 넥센과 두산 등 강팀을 분석하니 중심타선에 강타자가 있었다. 이전엔 빠른 선수들 위주로 선수단을 꾸렸는데, 구장 환경에 맞게 구성해야 한다"고 돌아봤다. SK는 지난해 2003년 삼성이 작성한 역대 한 시즌 팀 홈런 213개(133경기 체제·현행 144경기)를 정복하면서 역대급 홈런 타선을 자랑했다. 타자 친화적인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서 무려 홈런 129개를 터트렸다. 홈에서 나온 전체 홈런 217개의 59.4%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