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2)가 처음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무대에 데뷔했을 때, 축구 관계자들은 '전북이 물건을 데려왔다'고 평했다. 190cm의 신장에 85~88kg대의 체중을 앞세운 탁월한 피지컬. 스피드도 좋고, 몸싸움은 물론 빌드업 능력도 있어 경험만 쌓이면 대형 수비수가 될 재목이라는 평가였다. 그 말대로 김민재는 프로 데뷔 첫 해부터 K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전북에서 당당히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로 데뷔와 동시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김민재는 2017 K리그 클래식(현 K리그1) 시상식에서 수비수가 받기 힘들다는 영플레이어상(신인상)을 거머쥐었고, 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올림픽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이미 김민재를 눈여겨봤던 신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수비 불안을 해소할 카드로 김민재를 선택했다. 그리고 김민재는 지난해 8월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 그리고 9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러시아행 티켓을 절반쯤 거머쥔 상태다.
화려한 행보에 또 하나의 기분 좋은 얘깃거리가 추가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빅클럽으로 손꼽히는 리버풀과 아스널, 토트넘의 관심이다.
익스프레스 등 영국 언론은 지난 28일(한국시간) "리버풀·토트넘· 아스날이 김민재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김민재를 더욱 자세히 관찰할 기회를 가지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민재는 정작 "언젠가 가고 싶지만 아직 시즌도 끝나지 않았고 팀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며 "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유럽 수비수들 보면 빌드업도 좋고 큰 실수도 안하더라. 1대1 대인마크, 제공권 이런 부분도 다 보완해야 한다"고 담담하게 씩 웃었다.
최강희(59) 전북 감독의 평가는 달랐다. 최 감독은 "민재는 지금 당장 빅리그로 가도 된다. 내 기준이지만 유럽에서 뛰는 중앙 수비수들도 (김)민재보다 못한 선수도 많더라.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어 "민재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유형의 중앙 수비수다. 보통 힘이나 파워가 있으면 세기가 떨어지고, 키가 크면 스피드가 떨어지는 게 보통인데 민재는 그렇지 않다. 아직 2년차인데 빌드업 능력이나 공을 끊어나가는 능력 등, 경기 때 다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많을 정도로 다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로 데뷔 이후 곧바로 대표팀의 주전 수비수로 자리잡은 김민재에겐 단기간에 더 많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열려있다. 6월 러시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굵직굵직한 대회가 줄줄이 이어진다. 최 감독도 이 점을 잘 알기에 "대표팀 경기서 커리어가 쌓이면 쌓일 수록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거다. 일단 월드컵을 잘 마쳐야하고 아시안게임도 있지 않나. 민재는 물론 많은 선수들의 축구 진로에 영향을 미칠 대회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