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시장에 '세금 이슈'가 터져 나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대형 FA(프리에이전트) 선수들의 계약금 항목을 놓고 분류기준이 바뀌면서 불거졌던 '세금 폭탄' 이후 십 수 년만의 일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달 중순부터 10개 구단 경영지원팀, 또는 운영팀 실무자들과 함께 긴급 대책회의를 했으나 뚜렷한 대책을 세우진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선수에게 해당되는 종합소득세 관련 시행령은 크게는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 등 출신 국적 및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여지가 있어 앞으로 두고두고 구단의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게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던 몇 몇 외국인 선수가 왜 영문도 모르게 기량이 저하 됐고, 심지어 '태업'으로도 보여지는 플레이를 선보였는지 세금 문제와 연관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간스포츠는 [외인택스 파문] 기획 3회에 걸쳐 드러난 문제점, 향후 외국인 선수와 계약시 미칠 영향, KBO와 구단의 대응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 KBO 리그에서 몇 년째 뛰고 있는 지방 구단의 A 외국인 선수는 최근 구단으로부터 "세금을 기존 22%에서 최대 40%까지 내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A 선수는 시즌 초반 부진했다. 최근까지 KBO 리그를 호령해온터라 야구계에는 ’A 선수의 부진이 세금 증가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B 구단 외국인 담당 관계자는 "A 선수가 구단과 맺은 계약서에 세금 22% 징수 조항이 들어있었는데, 갑자기 세금이 4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단에 ’위법 아니냐’고 항의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해당 구단과 A 선수가 이와 관련해 합의한 것으로 들었다"고 덧붙였다.
KBO 리그 외국인 선수 시장에 ’세금 이슈’를 놓고 각 구단이 신중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여기에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이라 각 구단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4월 18일 10개 구단 경영지원팀장 또는 실무자가 모여 긴급 대책 회의를 했다. 외국인 선수의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 여부에 따라 향후 외국인 선수 몸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 구단 담당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참석했다.
어떻게 바뀌었길래
그동안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 가운데 원천징수세율인 22%(지방세 포함)를 떼고, 나머지 금액(78%)을 외국인 선수들에게 줬다. 그런데 2015년 2월 3일 소득세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됐다. 외국 국적을 가졌더라도 [국내에 머무르는 기간이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거주자’로 간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경우 대한민국 국민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의 모든 소득을 합산해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는 정규시즌 기간만 따져도 183일 넘게 국내에서 생활한다. KBO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으로 외국인 선수도 국내 선수처럼 종합소득세를 신고하고,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소득세법 시행령은 거주자로 인정하는 국내 체류기간이 현행 보다 길었다. 따라서 개 7~8개월 머무르다 자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선수의 경우 ’거주자’로 간주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22%의 원천징수세를 내던 외국인 선수는 최대 40%의 세금을 내야한다. 이마저도 내년 5월 신고하는 2018년 소득분에 대해선 소득 5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이 기존의 40%에서 42%로 더 높아진다.
가령 1년 총액 연봉 10억원을 받는 선수라면 기존에는 2억2000만원을 세금으로 냈다. 하지만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최고 세율 구간을 적용하면 국내에서 사용한 제반 경비를 빼더라도 1억7460만원+5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42%, 즉 대략 3~4억원의 세금을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혁 한경회계법인 공인회계사·세무사는 "외국인 선수가 내야하는 세금이 대략 2배 가까이 껑충 뛰어오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2018년 KBO 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의 계약 총액을 4월30일 환율에 적용하면 어떤 계산이 나올까. 모두 최고 세율 구간에 해당하는 5억원(약 46만 7000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다.
시행령 개정은 2015년에 이뤄졌으나 그동안 각 구단은 바뀐 시행령을 따르지 않고, 기존대로 원천징수세율 22%만 국세청에 냈다. 최근 외국인 선수의 송금내역, 출입국 신고 기록 등을 검토한 국세청이 ’외국인 선수가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느냐’고 연락을 해온 게 시발점이 됐다. 이에 따라 2015년 이후 한국에서 뛴 외국인 선수에게 소급 적용 및 가산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KBO 관계자는 국내에서 최근 몇 년간 활약한 "더스틴 니퍼트(KT·8년차) 헥터 노에시(KIA·3년차) 브룩스 레일리(롯데·4년차) 등은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엎친데 덮친 격? 도미니카 쇼크?
바뀐 시행령이 국적을 비롯해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여지가 있다는 데서 각 구단마다 이해 관계가 달라진다. 국세청과 KBO는 "미국 출신 선수는 한-미 조세협약에 따라 거주자 개념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 또 미국에 따로 세금을 낸다거나, 한국에 가족이 머무르거나 등에 따라 국세청에 납부해야할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상혁 세무사는 "미국 선수의 경우 한국에서 많은 세금을 내면 자국에서 적게 낸다. 또 한국에서 적게 내면 미국에서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며 "결국 미국 선수는 바뀐 시행령이 적용되더라도 납부 금액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선수는 직격탁을 맞을 전망이다. 양국 간에 따로 협약이 없다. 이들은 자국에 돌아가더라도 따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올 시즌 KBO 리그 외국인 선수의 출신 국가를 살펴보면 미국이 19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 6명이다. 그외 네덜란드, 베네수엘라, 대만. 캐나다, 쿠바 등 기타 국가 5명이다. 또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는 헨리 소사(LG)처럼 다소 애매한 경우도 있다.
수도권의 C 구단은 "외국인 선수 세금 관련 이슈를 큰 문제로 보고 있다"고 했다. 지방 D 구단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다소 골치 아프다"고 발했다. D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와 직접 연락이 어렵기 때문에 지방 국세청에서 먼저 구단에 연락해 왔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지방 구단 가운데선 외국인 선수에 대한 종합소득신고 납부 고지서를 받은 경우도 있다.
여기에 2015~2017 시행령을 적용해 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다. 각 구단은 지금은 KBO 리그를 떠났더라도 소급 적용이 가능한 외국인 선수 및 에이전트에게 통화 및 이메일을 통해 이 사실을 통보하고 있다. 지방 B 구단은 "외국인 선수와 회계사를 연결해 종합소득세 신고와 관련, 수임을 맡겨놨다"고 귀띔했다. 니퍼트(두산→KT)처럼 팀을 옮긴 경우 전 소속팀과 현 소속팀 간 함께 논의중이다.
당연히 외국인 선수 사이에서도 ’세금 증가’는 큰 이슈다. D 구단 관계자는 "우리 선수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E 구단 관계자는 "소득세법 시행령과 관련해 우리팀 외국인 선수에게 통보하니 이미 알고 있더라. 타 구단의 외국인 선수로부터 ’이미 전해 들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시행령 적용과 관련해 수도권 및 지방 등 국세청마다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또 거주자 해석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결론난 것이 없다. 수도권 C구단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처음에는 강경한 입장이었는데, 구단의 입장을 전해 듣고 ’비거주자로 해석한 이유를 소명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는, 구단의 희망사항에 가깝다. 법적으로는 외국인 선수를 ’거주자’로 봐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게 업계의 유권해석이다. 즉, 외국인 선수의 세금 증가는 필연적이라는 이야기다. 이상혁 회계사는 "소득세법과 시행령을 보면 외국인 선수는 국내에서 183일 이상 머무르고, 또 머무를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KBO도 난처하다. 일단 국세청에 외국인 선수를 거주자로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 지난 3월 말 서면 질의를 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앞서 다른 사항과 관련해 서면질의를 했는데 3개월 뒤에 회신을 받았다.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은 5월 말까지다. 구단 입장에선 "외국인 선수에게 종합소득세 신고 납부 의무에 대해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기간을 놓칠 경우 가산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일부에선 "나중에 가산세를 내더라도 아직 확실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일단은 지켜보는게 낫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확실하게 결론난 것이 없는 가운데 담당자 회의에선 2015년 이후 국내 무대에서 뛴 외국인 선수에게 ’시행령 개정으로 가산금이 더 나올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으로 얘기를 끝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