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선수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하고 KBO 리그는 ‘억소리’가 날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제대로 방향을 갖춘 투자는 지난해 KIA가 최형우와 나지완, 양현종을 통해 증명한 것처럼 우승까지 이어진다.
주전 포수 이지영을 보유한 삼성이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강민호와 4년 8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10억원)의 FA 계약한 것도 전력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중심타선에 자리해 공격을 이끌고, 수비에서 마운드의 안정을 돕는 역할을 바랐다. 그러나 올 시즌 일정의 20% 가량 소화한 1일 현재, 그 효과는 ‘미세먼지 경보’가 울린 하늘을 보듯 보이지 않는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지 못하며 연봉 10억원 이상 국내타자 10명 가운데 ‘웰뱅 톱랭킹’ 최하위에 그쳤다.
‘웰뱅 톱랭킹(이하 톱랭킹)’은 KBS N SPORTS, 스포츠투아이㈜, 웰컴저축은행이 공동 개발한 신개념 야구 평가시스템으로, 같은 안타나 삼진이라도 상황 중요도가 높은 플레이를 더 가치 있게 평가하는 점수 체계다. 또한 승리 기여도 점수가 배가 돼 팀 승리에 얼마나 보탬이 됐는지 알 수 있다.
롯데에서 통산 218홈런을 때려내며 국가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던 강민호지만, 이적 후에는 타율 0.242, 3홈런, 11타점, OPS 0.667, 톱랭킹 -14점으로 침체에 빠져 있다. 믿었던 방망이가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에 톱랭킹 10점 이상 쌓은 경기는 지난달 28일 LG전 한 차례에 불과하다(24.3점). 게다가 수비에서도 힘을 실지 못하고 있다. 2016년 0.344, 지난해 0.304였던 도루저지율이 올 시즌 0.238까지 떨어졌다. 패배의 원인을 온전히 강민호 탓으로 몰아갈 순 없지만, 주전 포수의 부진과 함께 팀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위 롯데 사정은 삼성보다는 낫다. 4년간 8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10억원)에 FA 계약한 외야수 민병헌의 톱랭킹 점수는 10명 가운데 세 번째로 낮은 155.0점, 손아섭도 그보다 두 계단 높은 224.3점이다. 민병헌과 손아섭의 공통점은 팀이 연패에 허덕이던 지난 3월, 2할대의 저조한 타율에 머물렀다 4월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는 것. 민병헌은 3월 7경기에서 톱랭킹 17점을 쌓는 데 그쳤지만, 4월 이후 21경기에서 164.8점을 얻었다(경기당 평균 2.4점→7.8점). 손아섭도 4월 이전 평균 5.4점에서 이후 7.5점으로 소폭 상승했다. 두 선수가 최근 활약을 시즌 개막부터 보여줬다면 롯데의 순위는 조금 더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잘 나가는 두산에게도 숙제가 남아 있다. 마운드의 고민이다. ‘느림의 미학’이 사라진 유희관이 연봉 5억원 이상 국내투수 11명 가운데 톱랭킹 점수가 가장 낮다. 올 시즌 6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점 7.39, 톱랭킹 -143.3점으로 부진의 정점에 서 있다. 3월 28일 롯데전(9피안타)부터 4월 28일 NC전까지 6경기 모두 8안타 이상 내주며 스스로 무너지는 모양새. 2001년 이후 개막 첫 선발 6경기 모두 안타 8개 이상 허용한 투수는 유희관 한 명뿐이다. ‘느리게, 더 느리게’의 투구 방식을 택했던 유희관이, 애석하게도 기록 또한 다른 이들이 밟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유희관이 높은 연봉(5억원)에 걸맞지 않은 성적을 그치는 주 원인은 커맨드 능력이다. 코너워크가 뛰어나 느린 직구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유희관은, 그러나 올 시즌 들어 공이 몰려 타자들에게 먹잇감이 되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던졌을 때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피안타율은 0.341였으나, 올 시즌에는 0.508까지 치솟았다. 인플레이로 연결된 타구 두 개 중 하나가 안타가 됐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톱랭킹 점수는 점점 깎일 것이다.
FA 네 번째 시즌을 맞는 장원준의 부진 역시 두산에게 고민거리다. 지난달 20일 KIA전에서 6이닝 1실점, 톱랭킹 117.1점을 획득하며 반등하는 듯했으나, 4월 26일 SK를 상대로 4이닝 4실점, 톱랭킹 -56.8점으로 또 다시 무너졌다. 6경기 중 단 두 경기에서 톱랭킹 플러스에 그친 현재 장원준의 성적은 2승 2패, 평균자책점 8.48.
시즌 초반 높은 연봉에 비해 성적이 아쉬운 선수들이 있다. 그러나 이제 막 시즌 전체 일정의 20% 가량 치렀을 뿐,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그만큼 연봉에 맞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 이 선수들이 팬들과 구단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웰뱅 톱랭킹’의 타자별, 투수별 랭킹 차트 및 선수별 점수 현황은 홈페이지는 물론 KBS N SPORTS 2018 KBO 리그 중계와 ‘아이러브베이스볼’을 통해서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웰뱅 톱랭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