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을 23년간 이끌어온 구본무 회장이 20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LG그룹은 20일 오전 9시 52분께 구 회장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수차례 뇌수술을 받았으며, 통원 치료를 하다가 최근 상태가 악화하면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고인은 1년간 투병생활을 하면서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고인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르고 공개도 하지 않기로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식 씨와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 딸 연경·연수씨가 있다.
회사 측은 가족 외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1995년부터 그룹 회장을 맡은 고인은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LG가 3세대 총수'이다.
연세대를 다니다가 미국 애슐랜드대 경영학과와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잇따라 졸업한 뒤 ㈜럭키에 입사했으며, 이후 럭키 유지총괄본부장에 이어 금성사 이사, 럭키금성 기획조정실 전무, 럭키금성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1989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에 선임됐으며, LG상록재단 이사장과 LG연암문화재단 이사장, LG프로야구 구단주 등도 지냈다.
고인은 다양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핵심 사업인 전기·전자와 화학 사업은 물론 통신서비스,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거듭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도 경영, 가치창조형 일등주의, 도전주의와 시장선도 등을 경영 이념으로 삼으며 LG그룹의 '기술개발력 제고'와 '세계화 추진' 등 제2의 경영혁신을 주도적으로 준비했다.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4조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건립하며 LG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첨단 연구개발(R&D)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구 회장이 타계하면서 LG그룹 경영의 지휘봉은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이 맡게 됐다.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2004년 고인의 양자로 입양된 구 상무는 다음달 29일 열릴 ㈜LG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