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소탈한 재벌 총수였다.
이는 유족이 구 회장의 장례를 비공개 가족장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유족은 구 회장의 뜻에 따라 가족 이외의 조문객은 물론이고 조화도 받지 않기로 했다.
LG그룹 측은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소탈하고 겸손하게 살아온 고인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일 고인이 마지막 입원 치료를 받았던 서울대병원에 빈소가 차려졌으나 가족·친지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조문을 받지 않았고, 조화도 정중히 사절했다.
구 회장의 소탈한 모습은 1년간의 투병 생활에서도 나타났다. 구 회장은 평소 뜻에 따라 투병 기간에 특별한 연명 치료를 받지 않았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
구 회장은 재벌 총수답지 않게 탈권위적인 성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외 출장을 다닐 때는 비서 한 명만 대동할 정도로 격식을 싫어했고, 주말에 개인적인 일에는 혼자 다녔다고 그룹 관계자들은 전했다.
구 회장은 또 회장의 전용 헬기를 임직원 출장용으로 쓸 수 있도록 개방하고, LG트윈타워 1층 주차장을 고객이 쓸 수 있도록 임직원들에게 지하주차장을 쓰도록 한 것도 탈권위적인 성품을 보여 준다.
구 회장은 재벌 총수 일가라면 이런저런 이유로 빠지는 군대를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를 실천하는 재벌 총수로도 유명하다.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한 복지사업과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이들을 발굴해 시상하는 'LG 의인상' 등 사회 나눔 활동을 꾸준히 진행했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