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장례식장에는 고인과의 특별한 인연을 자랑하는 조문객들이 많았다.
21일 오전 빈소를 찾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조문을 마친 뒤 구 회장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시절 구 회장을 비행기에서 우연히 처음 만났다. 때마침 나와 권오규 당시 정책 수석의 좌석 아래 전기 콘센트가 고장 났다. 구 회장은 '나는 자료를 안 봐도 되는데 두 분은 자료를 봐야 하니 자리를 바꾸자'며 자리를 바꿔주셨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후 2007년 제8대 UN 사무총장에 선출되고 출국하기 전 구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구 회장은 반 전 사무총장에게 "사무총장 공관에 전기제품이 필요하면 한국 제품으로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얼마 안 지나 구 회장의 지시로 이후 미국 뉴욕의 UN 사무총장 공관은 LG전자 제품이 다 들어왔다고 반 전 사무총장은 전했다.
그는 "구 회장은 직원들이랑 팔씨름도 하고 씨름도 하던 소탈하기 그지없는 분"이라며 "개인적으로 아주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업인인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장례식장에 조화를 보낸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두 번 올렸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총리는 기자 시절 경험한 구 회장과 구 회장의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일화를 소개했다.
“구본무 회장님은 중간값의 술을 즐겨 드셨습니다. 너무 싼 술을 마시면 위선 같고, 너무 비싼 술을 마시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구자경 회장님은 광화문 진주집에서 진주식 비빔밥을 혼자 드시곤 했습니다. 그 장면을 제가 청년 기자 시절에 몇 번이나 목격했습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구 회장과의 인연에 대해 "저희 집사람과 구 회장의 사모와도 잘 지내왔다"며 "구 회장이 가끔 곤지암 골프장에 불러주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떠날 줄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 새로 LG를 맡을 분들이 잘해 위업을 더 빛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비롯한 차기 경영진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구 회장의 빈소에는 신라호텔 일식당에서 만든 김밥이 눈에 띄었다. 20일 조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시로 배달온 음식이었다. 이 부회장은 구 회장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후 외부인으로는 빈소를 가장 먼저 찾았다.
'비공개 가족장'의 원칙에 따라 발걸음을 돌린 일반인 조문객들도 많았다. 21일 빈소에는 LG 계열사 평직원이 홀로 찾아온 경우도 있었고 고인과 인연이 없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한 시민은 조문하지 못하게 되자 빈소 입구에서 절을 두 번 하고 "아버지"라고 외치고 빈소를 떠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정문 표지석 앞에는 구 회장을 애도하는 편지와 국화 두 송이가 발견됐다.
자신을 '대한민국 한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구 회장에게 "회장님이 강조하신 인간 존중의 경영이 제가 LG를 좋아하고 회장님을 존경하는 이유"라며 "두 눈이 찌푸려지지 않고 두 귀가 시끄럽지 않은 곳에서 평온하시길 빈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그는 이어 "모든 20대가 그러하듯 취업이라는 선택의 기로 앞에 서 있다"라며 "신념을 갖고 자신을 우뚝 세워 LG의 앞날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 편지에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