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둔 신태용호는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마치고 29일 저녁 두 번째 평가전 장소 전주로 이동한다. 국내 마지막 평가전 상대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로, 이 경기가 끝난 다음날인 3일 곧바로 전지훈련지 오스트리아로 출국한다.
국내에서 치르는 두 번의 평가전은 신태용호가 준비하는 '러시아 월드컵 로드맵'의 일부분이다. 첫 번째 경기였던 온두라스전은 바로 이 로드맵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경기였다. 물론 부상자가 많아진 탓에 당초 기대했던 만큼 조별리그 상대 멕시코에 대한 '가상 모의고사' 효과를 100%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을 꼽자면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테스트와 주축 선수들의 휴식을 겸하는 중요한 시간이 됐다. 신태용(49) 감독은 온두라스전에서 장현수(27·FC 도쿄) 김진수(26·전북 현대) 기성용(29·스완지 시티)과 이재성(26·전북 현대)가 부상과 피로 누적 등을 이유로 휴식을 줬다. 새로운 얼굴 및 경기력을 검증해야 할 선수들의 체크도 겸했다. 온두라스전에서 선수들이 신 감독이 기대한 만큼 기량을 선보였는지는 국내 두 차례 평가전이 끝난 뒤 발표될 최종명단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어찌됐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서도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온두라스전에서 엿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월드컵 로드맵은 바로 신태용호가 헤드셋 사용에 대해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다. 그동안 전자기기 및 장비 사용을 금지해왔던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월드컵부터 헤드셋과 태블릿 사용을 도입했다. 프로배구 등에서 태블릿을 들고 작전을 설명하고 상대의 플레이를 분석하는 모습을 월드컵 무대에서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기본적인 방식은 기자석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팀당 3명의 코칭 스태프가 경기를 지켜보며 경기 관련 데이터와 상황,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감독에게 헤드셋과 태블릿으로 전달하는 형태다. 벤치로 영상을 직접 전달할 수 없고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도 영상 대신 장면을 캡쳐한 사진을 사용해야하는 제약이 있지만, 정보 분석 및 공유의 방식이 예전과 확연히 달라지게 된 셈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기술인 만큼, 본선 무대에서 얼마나 원활하고 익숙하게 장비들을 사용, 분석해서 전달할 수 있느냐다. 제공되는 영상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전달해주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지기 위해 신태용호가 온두라스전에서 헤드셋을 사용한 이유다.
일단 온두라스전에선 하비에르 미냐노(51) 피지컬 코치와 전경준(45) 코치, 그리고 채봉주(38) 전력분석관이 배치됐다. 아쉽게도 온두라스전에선 그리 특별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파 문제 때문에 소통이 원활치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선 이 점을 개선해 다시 헤드셋 사용에 적응해갈 계획이다. 월드컵 본선에선 미냐노 코치와 채 분석관만 고정으로 배치되고 다른 한 자리는 상대국을 '전담마크'하는 코치가 올라갈 예정이다.
'전담마크'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 축구 코칭스태프 차두리(38) 코치와 전경준 코치다. 조별리그 1, 2차전 결과에 16강 진출의 사활을 건 신 감독은 일찌감치 두 코치에게 스웨덴과 멕시코의 분석을 맡겼다. 물론 전체적인 분석은 코칭 스태프가 함께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차 코치가 스웨덴을, 전 코치가 멕시코를 맡아 중점적으로 분석하는 형태다. '전담마크'를 통해 상대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코치들이 해당 경기 때 헤드셋을 착용하고 정보를 제공하게 되는 셈이다. 당장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의 경우 차 코치가 스웨덴 출장을 떠나 자리를 비우게 돼 김남일(41) 코치가 투입될 예정이다.
'차두리-스웨덴', '전경준-멕시코'로 꾸려진 코치들의 '전담마크'가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지는 당장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헤드셋 활용에 대해 남들보다 많이 준비했다"고 단언한 신 감독의 말처럼, 조 최약체로 꼽히는 한국이 월드컵에서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