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이장석(52) 전 서울 히어로즈 대표는 왜 유상증자(有償增資)를 선택했을까. 서울 히어로즈는 지난 11일 신주발행을 공식화했다. 하루 전 열린 당사 이사회를 통해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발행을 결의(상법 제416조에 의거)했다. 신주는 보통주식 574만주로 발행가액은 주당 5000원. 유상증자가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총 287억 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유상증자는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돈이 필요한 기업이 은행대출이나 채권발행보다 더 안정적으로 자본금을 늘릴 수 있다. 히어로즈가 신주발행 공고에 낸 자금 조달 목적이기도 하다. 변호사 A씨는 "유상증자는 주주들에게 회사에 얼마 정도의 자본이 더 필요하니 각자 자기 지분율 내에서 추가로 주식을 인수하라는 의미다. 이게 바로 통상적인 주주배정 유상증자"라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원한 건 이장석 전 대표다. 관련 내용이 확정된 지난 2일 주주총회에는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이 전 대표를 대신해 그의 아내가 참석했다. 지난해 기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27만7000주를 보유해 지분율 67.56%로 압도적인 최대 주주다. 두 번째로 지분율이 높은 박지환씨(10만주 24.39%)와 격차가 2배 이상이다. 그래서 별다른 브레이크 없이 유상증자가 결정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A씨는 "이사회에서 결의를 했지만 증자된 주식을 인수할 권리가 있는 주주들은 신주인수권을 포기할 수 있다. 실권주라고 하는데 이사회에서 그 부분에 대해선 제3자에게 배정이 가능하다. 물론 이장석 전 대표도 구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쉽게 말해 늘어난 주식을 구매하지 못하는 주주가 있을 경우 이장석 전 대표가 자금력을 이용해 지분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의심의 출발점이다. A씨는 "실권주를 이장석 전 대표나 그의 우호 세력이 사버릴 경우엔 다른 주주들의 지분율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게 된다. 574만 주를 유상증자 하는 건 꽤 많은 수치다. 이장석 전 대표가 장악하고 있는 이사회이기 때문에 다른 주주들은 경영권에 개입을 못한다. 그래서 유상증자에 인센티브가 없다. 권리를 포기하면 결국 90% 이상을 이장석 대표 측이 차지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번 움직임에 대해 '경영권 방어가 목표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옥중 경영의 끝판이다.
이장석 전 대표가 사들일 수 있는 최대치는 기존 지분율이 적용돼 67.56%다. 신주발행(574만주)을 기준으로 했을 땐 387만7944주다. 이 전 대표가 늘어난 주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약 193억 원이 필요하다. A씨는 "이장석 전 대표가 권리를 포기할 수 있지만 그러면 신주발행을 할 이유가 없다. 설령 포기하더라도 우호세력을 비롯한 제3자가 인수하도록 이사회 결정을 할 수 있다. 그가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야구계에선 이 전 대표가 끌어들일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히어로즈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모 야구인은 "해외 거주중인 친척의 돈을 끌어다 쓴다는 루머도 있으나, 외환 관리법상 여러모로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로선 모 저축은행 등 야구에 대해 일찍부터 깊은 관심을 표해온 곳을 접촉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신주발행은 현재 진행 중인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과의 법적 분쟁과도 연관성이 있다. 이 전 대표는 홍회장으로부터 KBO 가입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었던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총 20억 원을 투자받았다. 각각 회사 지분 20%를 양도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총 40%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2월 대한상사중재원은 '발행 주식 41만 주의 40%에 해당하는 16만4000주를 양도할 의무가 있다'며 홍 회장의 손을 들어 줬다. 이 전 대표의 항소가 취하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2014년 7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으로 다시 한 번 지분 양도를 거부했다. 홍 회장은 사기 혐의로 이 전 대표를 고소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선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이 늘어난다면 16만4000주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홍 회장 쪽에서 유상증자가 끝난 상태에서 40%의 지분을 요구할 경우 또 한 번의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다. A씨는 "발행가액인 5000원이 공정한 금액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다. 회사의 가치 평가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그래서 다른 주주들이 참여하기 어렵다. 참여하기 힘든 유상증자를 추진해서 반대파를 축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수를 보면 16만4000주를 홍 회장에게 주더라도 지분이 결국 2% 남짓이다. 그건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수준이다. 가치를 0으로 만드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현재 히어로즈의 유상증자 실행여부는 미지수다.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 신주발행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해 관련 심사가 진행 중이다.
어찌됐건 이 모든 과정은 이장석 전 대표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A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평가했다. "이건 비상한 게 아니라 부도덕한 거다. 너무 의도가 뻔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