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3일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이 시점에서 신태용호는 환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논란 속에 지난 1일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와 평가전에서 1-3 완패의 영향이 컸다. 23명의 최종엔트리가 가려졌지만 핵심 멤버들의 부상 이탈 속에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많은 축구팬들이 이번 월드컵을 향한 기대감이 낮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3전 전패'를 예측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F조 상대 스웨덴, 멕시코 그리고 독일이라는 위용이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와 반대로 마지막까지 '통쾌한 반란'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 이들도 분명 있다. 기대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손흥민(토트넘)'이라는 존재감이다.
월드컵에 나서는 한국 축구가 손흥민과 같은 세계적 공격수를 보유한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세계 모든 팀들의 주목을 받는 선수도 없었다. 한국 축구를 다루는 외신을 보면 거의 모두가 손흥민 위주로 보도를 하고 있다. 한국과 평가전을 치른 상대팀 감독과 선수 모두 같은 이름에 주목했다.
물론 축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세계적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 한국 선수들의 자존심을 높이는 동시에 상대에 위협감을 줄 수 있다. 상대 전략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독보적 존재감을 가진 스타는 변화를 창조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할 책임도 있다. 손흥민이 있다는 것은 곧 비관적 전망 속에 기적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손흥민이 폭발한다면 정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손흥민은 월드컵의 '한'을 품고 있다.
그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 나섰다. 자신감은 넘쳤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손흥민은 1차전 러시아전에서 86분, 2차전 알제리전 90분 그리고 3차전 벨기에전에 73분을 뛰었다. 손흥민의 첫 월드컵은 249분이었고, 알제리전 1골을 넣었다. 한국은 1무2패, H조 꼴찌로 탈락했다. 결말은 손흥민 통한의 눈물이었다.
당시 손흥민은 22세 대표팀 막내였다. 대표팀의 중심은 2012 런던올림픽 주역이었던 박주영(FC 서울)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스완지 시티) 등이었다. 현재는 손흥민이 부동의 '에이스'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손흥민이 지금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다.
에이스 손흥민의 월드컵이 시작되는 것이다. 4년 전 한을 품고 있기에 절박함과 간절함을 가진 채 나선다. 에이스가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뛰면 다른 경기력과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에이스의 투혼은 동료들과 팀 분위기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전 이기적인 플레이와 부진 등으로 비난을 하고 나섰다. 이 역시 에이스가 감내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월드컵을 앞둔 지금은 그를 응원하고 믿어야 할 시기다. 그마저 없다면 월드컵은 절망 그 자체다. 오히려 한국에 이런 공격수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손흥민은 "이제 막내도 아니고, 어리지도 않다. 4년 전에 패기가 넘쳤다면 이번에는 걱정이 앞선다. 부담감 보다는 책임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월드컵에 나서는 선수들은 더 냉정해야 한다. 더 진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더 많은 승부욕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나부터 반성하고 철저하게 준비를 하겠다. 월드컵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잘 이끌어가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비관적 전망 속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이 있기에, 마지막 희망의 끈은 아직 잘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