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엔트리 23명을 꾸리고 오스트리아로 출국, 전지훈련을 통해 본선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그들을 향한 시선은 부정적이다. 핵심 선수들이 연이어 부상당했고, 평가전에서 보여 준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최종엔트리 23명을 향한 기대감도 그래서 낮은 상황이다.
많은 축구팬들이 이런 신태용호를 향해 '3전 전패'라는 잔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태용 감독을 향한 비난과 비아냥거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선수들을 향한 비난도 마찬가지다. 몇몇 선수들은 인격적 모욕을 당할 정도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마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서 부진하며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비난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신 감독과 대표팀을 넘어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 집행부를 향해서도 무수히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 신태용호가 위기에 놓인 상황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협회 집행부 탓이라는 의미다. '무능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부진이 이어졌지만 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을 신임했다. 결국 이별했지만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지금의 위기까지 왔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어 '거스 히딩크 감독 논란'이라는 태풍까지 몰려왔다. 협회는 한발 뒤로 물러나 방관하는 역할에만 집중했다. 이런 협회의 행태를 축구팬들이 모를 리 없다. 협회 집행부는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정몽규 회장은 홍명보 전무·김판곤 국가대표팀 감독선임위원장 등 젊은 집행부를 꾸리며 변화를 외쳤다. 하지만 아직 진정한 변화를 실감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변화의 결실도 나오지 않았다. 허울뿐인 변화로 보는 이들도 많다.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벌써 월드컵 실패를 '확신'하는 세력들이 등장하고 있다. 월드컵 실패를 확정 변수로 놓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벌써 물밑에서 작업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다소 황당한 이 루머의 내용은 이렇다. 지금 협회 내부의 흉흉한 소문에 따르면 월드컵 실패를 확신하는 일부 축구인 세력이 정몽규 회장을 포함한 협회 전체를 뒤엎는 변화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을 비론한 협회를 러시아월드컵이 종료된 뒤에 물갈이하겠다는 의지 아래 축구계의 중견 모 인사가 세력을 모으고 있고, 축구계 안팎으로 명망 있는 인물을 내세워 이른바 '판 갈이'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월드컵 실패를 간절히 바라는 세력이 등장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결과를 지켜보지 않은 채 자행되는 이러한 움직임은 사실상 '역모'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신 감독은 월드컵 결과에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집행부 역시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책임지지 않던 집행부의 과거 행태를 더 이상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는다. 문제는 아직 월드컵이 시작도 안 했다는 점이다. 월드컵을 치르기도 전에 벌써 책임론을 주장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월드컵을 준비한 대표팀과 이를 지원한 협회의 노력을 처참히 짓밟는 행위다.
앞서 말했지만 결과에 따라 감독과 집행부는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시기상 벌써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 축구계의 발전을 위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감독과 집행부가 있다고 하더라도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모든 축구인들과 팬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대표팀을 응원했다. 국가를 대표해 전쟁터인 월드컵에 나서는 그들을 향한 예의자 존중이었다. 미리 실패를 확신해 책임을 물을 준비를 한 역사는 없었다.
책임을 묻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러나 '16강에 오르지 못했으니 모두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저열한 방법이다. 결과에 따라 바뀐다면 임기제는 무의미하다. 임기제를 두는 이유는 뭔가. 정책 결정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만족스럽지 못한 집행부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신 감독과 태극전사라도 지금은 믿고 지지해야 할 때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책임론으로 흔들 이유는 없다. 세상 어디에서도 이런 앞뒤가 바뀐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