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참 특별합니다. 선수일 때도 그랬고, 지도자인 지금은 한층 더 무겁습니다. 선수 때와는 또다른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니까요. 저 역시 한국 남자 탁구대표팀 감독 김택수라는 이름을 다시 짊어지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도전했으니까요. 그래서 친구인 (신)태용이가 느낄 부담감도 이해가 됩니다. 태용이와는 88학번 동기이자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동기인데, 친구로서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도전하는 태용이에게 응원의 말을 꼭 전해주고 싶네요.
태용이가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부담이 크겠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워낙 어려운 상황이었고 주변도 시끄러웠잖아요. 당장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를 남겨놓고 사령탑에 오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남은 경기들도 이란, 우즈베키스탄이라 만만치 않았고요. 종목은 다르지만 저도 대표팀 감독을 해봐서 알지요. 정말 떨어질 수도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선뜻 감독직을 맡는 건 정말 어려운 선택이에요. 하지만 태용이가 대표팀을 맡기로 결정한 걸 보고 연락을 했죠. "어려운 결정을 했다. 응원할 테니까 힘내서 잘해라" 그 말이면 충분했어요. 태용이도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 뒤로도 A매치 같은 경기들 있으면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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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보다보면 어려운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자리를 맡았는데도 참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팬들이 축구에 대한 기대치가 높잖아요. 관심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보니까 경기할 때마다 기사에 달리는 댓글도 엄청나더군요. 여러모로 부담이 많을텐데 이만하면 잘 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웃음) 우리나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있는데 말입니다. 워낙 배짱 두둑한 친구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요. 현역 시절 운동할 때도 그렇고, 성남 일화에서 프로 축구단 감독할 때도 그렇고요. 신 감독 정도 배짱이면 이 정도 부담이나 책임감은 잘 견딜 수 있는 좋은 지도자라고 생각합니다. 성격 자체도 배짱있고 말이죠. 대표팀 감독을 하기에 충분히 배짱있는 그릇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태용이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카리스마입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이고 팀이 하는 경기이다보니 선수단을 한 데 모으고 응집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가 필요하죠. 워낙 뛰어난 선수들도 많고, 개개인의 개성도 뚜렷한 대표팀에선 더욱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태용이가 대표팀을 맡은 뒤 선수 개개인이 튀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지 않나요? 선수단 내에서 잡음도 별로 없었던 것 같고요.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팀으로 잘 끌고 가는 능력, 그런 면에서 신 감독이 리더십이나 카리스마가 있구나 싶었어요. 지금까지 팀을 맡아 잘 이끌어올 수 있었던 것도 태용이의 능력이겠지요.
사진=김택수 감독 제공
특히 태용이는 기가 아주 좋은 사람같아요. 대표팀 맡고 나서 그 어려운 상황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해내는 것 보고 '아, 이 친구가 기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에너지가 있는 친구예요. 열정이 있고 시원시원하죠. 그래서 (양)준혁이와 셋이 만날 때도 늘 편안하고 그렇습니다. 셋 다 에너지가 워낙 좋은 사람들이거든요. 만나도 맨날 '힘들다', '피곤하다' 이런 소리를 한 적이 없어요. 거침 없이 시원시원하게 하고 싶은 얘기하고 툭 터놓고 얘기하고 그러니까요. 운동하고 지도자 생활하면서 서로 어려운 일도 있고 그렇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선수 때와는 또 다르니까요. 책임감이 따르고 힘든 자리라는 걸 알면서 받아들인 거잖아요. 특히 축구는 단체 종목이니 더욱 그렇겠지요. 축구만 해도 11명의 선수들 개개인이 모두 다를텐데 그걸 컨트롤해야 하고 또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고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최근에 만난 적 있냐고요? 안 그래도 태용이가 한 번 만나자고 연락도 했었는데 제가 정신이 없어서 나가질 못했어요. 그래서 못 본 지 좀 됐네요. 사실 올해는 저도 참 바쁜 해였습니다. 남자 탁구가 세대교체기를 보내는 중이다보니 눈코 뜰 새가 없네요. 지난달 저희 한국 남자 탁구대표팀도 스웨덴을 다녀왔습니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렸거든요. 그러고보니 단체전 준결승전에서 만난 상대가 독일이네요. 마지막 게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이번 대회는 8강전에서 '숙적'이자 세계 랭킹 3위 일본을 3-1로 누른데 이어 준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2위 독일과 막판까지 접전을 펼치면서 잘 싸우고 왔습니다. 8월에 열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고요. 축구에서도, 한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가 스웨덴이죠? 우리가 스웨덴 가서 잘 하고 왔으니 우리 기를 받아서 분명히 잘할 것이라 믿고 응원을 많이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태용이에게 응원 한 마디 해주고 싶습니다. 경기력 뛰어난 강팀들과 만나게 됐으니 어려운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래도 그 어려운 걸 우리 '기 좋은' 신 감독이니까 잘 이겨낼 거라고 생각한다. 태용아, 늘 잘해왔으니까 이번에도 힘내자!
정리=김희선 기자
※김택수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단식-복식 동메달리스트이자 1998 방콕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다. 한국 탁구 레전드로 손꼽히는 인물로 2017년 남자 탁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현재 세대교체를 위해 노력 중이다.